서울시립대 재료공학과 정재필(38) 교수.
국내에서는 드물게 납땜 관련 기술로 서울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일
본 용접연구소에서 박사후 연구과정(Post Doc)까지 끝낸 '잘 나가는' 젊
은과학자이다. 그런 정교수에게 지난해부터 새로운 직함이 붙었다. 인천
남동공단 일특엔지니어링(부사장 임승수·49)의 '무급 연구원'.
일특엔지니어링은 전자부품기판 납땜기계를 생산하는 자본금 1억5천
만원, 종업원 50명의 평범한 중소기업. 그러나 연구진만은 대기업이 부
럽지 않다. 세계 최초로 초음파를 이용한 무공해 납땜기계를 서울대 주
승기 교수의 도움을 받아 개발했고, 지금은 정교수와 함께 반도체기판
을 납땜하는 최첨단 납땜기를 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급 연구원' 정교수는 "대학과 중소기업이 손을 잡으면 교수는 생
산업체가 가진 고가의 장비를 무상으로 이용할 수 있고, 기업은 최신 정
보나 이론의 뒷받침을 받을 수 있어 서로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정교수가 임부사장을 만난 것은 95년 겨울. '납땜 한 분야에 관한
논문이 매년 책으로 묶여 나오고 곧바로 산업화되는 일본의 산학 협동이
부러워서' 함께 일할 납땜기 제작회사를 찾다 알게된 곳이 '일특'. 실질
적 사주이면서도 세계 일류가 되기 전까지는 사장 자리가 필요없을 것
같아 부사장으로 있다는 '임부사장' 말이 신선하게 들렸다.
"전량 수입에만 의존해온 반도체 납땜기를 국산화하려는 임부사장의
의지가 뭔가 함께 일할 수 있을 것같아 연구원을 자원했지요.".
가족을 대전에 두고 학교 앞에서 늦깎이 자취생활을 하고 있는 정교
수는 한달에 2∼3차례 동대문구 전농동 학교에서 인천 남동공단을 오가
며 임부사장과 머리를 맞대고 기술개발에 몰두했다.
공장에서 이것 저것 점검하고 새로운 재료를 제안하는 일로 밥 때를
잊고 보낸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강의가 있을 때는 대학원생들을 보내
고, 그래도 성에 안차면 임부사장과 하루 2∼3차례씩 전화로 연구 결과
를 점검했다. 이런 노력으로 이젠 통산부의 지원을 얻어 반도체 납땜기
를 일본서 사오던 값의 절반인 대당 1천5백만원선에 국산화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임부사장은 "수입대체 효과가 얼마인지는 모르지만 일본 최고의 납땜
기회사 코키사에 OEM(주문자 상표부착방식)으로 수출할 계획"이라고 말
했다. 정교수는 "3D 업종인 납땜은 전자제품의 질을 최종적으로 결정하
는 중요한 부분"이라며 "납땜 한점이 제대로 안돼 고가의 전자제품들이
반품되는 일이 흔할 정도로 우리가 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점에 서로 의기
가 투합했다"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