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 및 대선자금 정국수습을 위한 야-야간 및 여-야간 총재회담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3김(김영삼-김대중-김종필)간의 막후 채널 가동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여-야간에 아직까지는 물밑 접촉을 하고 있다는 흔적은 드러나지
않고 있다. 신한국당 박범진 총재 비서실장은 11일 {야권이 근거없는
낭설을 갖고 공세를 강화해 가고 있는 데 무슨 절충점을 찾을 수 있겠
느냐}며 대화 가능성을 일축했다. 다른 한 관계자도 {청와대도 지금
당장은 그럴 마음이 별로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보 2천억 리베
이트설]에서 수백억대대선자금수수설에 이르기까지 야권의 무차별 [루
머공세]에 대해 김대통령이 격앙돼 있어 아직은 대화보다는 정면대응
이 주조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야권 역시 검찰 수사 발표 후 총재
회담등의 필요성은 내부적으로 거론하고 있으나 자신들이 앞장서서 제
의하거나 주도할 생각은 없다고 말하고 있다.
사실 여야간 대화를 한다고 하더라도 현재로선 서로 주고 받을 거
리가 마땅치 않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다. 기본적으로 청와대는 밀릴
대로 밀려 이제 더 이상 뒤로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고, 야권은 더
밀어붙여 대선을 앞두고 확실한 수확을 거둬내겠다는 태세다. 특히 국
민회의 김대중총재는 김대통령이 한보자금 및 노태우 자금 수수사실을
밝히고 신한국당을 탈당한 뒤 거국내각을 구성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자민련 김종필총재는 내각제 개헌을 거듭 주문중이다. 이같은 요구들
은 김대통령으로선 수용할 수 없는 것들이고 양측의 요구를 동시에 만
족시켜줄 방안도 없다는 게 여권관계자들의 이야기이다.
따라서 여권 관계자들은 {정치자금 제도개선 등을 위한 여야 사무
총장이나 원내총무선의 실무접촉은 곧 시작될 가능성이 있지만 정국수
습을 위한 고도의 정치적 절충을 위한 막후 접촉은 아직 때가 아닌 것
같다}고 전했다.
일단은 금주말 쯤 김현철씨에 대한 사법처리가 이뤄지면 이후 여론
의 향배를 봐서 정치적 절충의 필요성을 판단, 대야 접촉여부에 대한
결심이 서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여권이 그 때까지 무작정 야권의 공세와 정치적 절충요구를
묵살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을 전제로 어떤 형태로든 정치적 절충
을 시도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김현철씨 사법처리와
김대통령의 [포괄적인 입장표명]만으론 격앙된 여론과 야권의 공세를
도저히 누그러뜨릴 수 없을 것이므로 여권이 야권에 손을 내밀지 않을
수 없으리란 것이다. 따라서 김현철씨에 대한 사법처리가 이뤄질 것으
로 보이는 금주 중반을 전후해 우선 비공식적인 채널 등을 통해 의견
타진작업이 시작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들이다. 이 경우, 청와대로선
내각제 개헌이란 수용불가능한 요구를 하는 자민련보다는 그나마 절충
점을 찾을 여지가 있는 국민회의측과 먼저 접촉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