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성=최영태기자】안개와 차밭.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이른
새벽 해뜰녘 차잎을 따는 아낙들의 두건과 옷은 안개비에 흠뻑 젖고,
차잎은 안개의 수분을 머금고 무럭무럭 자란다. 차밭은 대개 바다에
면한 해발 2백m 이상의 고지에 조성된다. 안개가 잘 낄 수 밖에 없는
지형이다. 국내 최대의 차 산지인 전남 보성 역시 그렇다. 초록색의
부드러운 곡선이 끝없이 이어지는 차밭은 그 자체로도 아름답지만 여
기에 안개까지 더하면 완전히 꿈 속 세상이다. 9일∼10일은 보성 다향
제. 그 꿈의 세상으로 가보자.

보성 여행길은 보성읍→다원→봇재→다향각→율포해수욕장→해안드
라이브도로→벌교로 이어진다. 다향각까지는 차 여행이고 그 다음부턴
바다와 맛의 여행이다. 보성읍에서 남해 바다로 나가려면 봇재라는 아
흔아홉고개를 넘어야 한다. 고개를 넘기 전 오른쪽으로 난 표지판을
따라 대한다원에 들르는 것이 보성 여행의 첫걸음이다.

◆대한다원
다원이라고 해서 그저 차밭일까? 그렇지 않다. 봇재 못미쳐 있는
대한다원 제1농원은 우선 그 진입로가 방문객을 황홀하게 만든다. 푸
르른청동빛이 완연한 삼나무가 차 한대 지나갈 정도의 흙길만을 남겨
놓은채 터널을 이루며 3백m 가량 이어진다. 한낮에도 태양이 안보일
정도로 울창한 삼나무 숲의 고요함은 방문객을 숙연하게까지 만든다.

경내로 들어가면 이번엔 핑크빛 길이 객을 맞는다. 산중에 뒤늦게
핀 겹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꽃잎을 떨꿔 핑크빛 주단을 깔아놓았다.
꽃잎을 조심스레 밟으며 건물로 들어서면 탁자마다 다기와 차가 차려
있어올해 새순을따서 만든 차맛을 볼 수 있다(한잔에 1천원). 차를 마
신 뒤 뒷산 쪽으로 나가면 해발 350m의 오선봉에 이르기까지 계단식으
로 조성된 대규모 차밭이 잘 정리된 정원처럼 신록의 푸른빛을 뿜어낸
다. 대한다원에선 가장 품질이 좋다는 우전 차를 1백g당 3만8천원이란
싼값에 구입할 수 있다. 1박 3만원에 숙박하며 차밭의 고요함과 정연
함을 실컷 포식할 수도 있다. 버스편은 보성읍에서 회천행 버스 이용.
0694(52)2593.


◆다향각
봇재를 넘어가다 보면 누구든 발길을 멈추는 곳이 한군데 있다. 차
밭 위에 높다랗게 3층으로 지어진 누각 [다향각]에 서면 상하좌우가
온통 차밭이다. 특히 높은 누각 위에서 발 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차밭
의 끊임없는 연두빛 곡선은 아늑한 기분을 안겨준다. 차밭 너머로 건
네보이는 영천저수지의 맑은 물빛도 청량제 역할을 한다. 구불구불 이
어지는 봇재 일대는온통 차밭 일색으로 동양다원 보성다원 등 대형 차
밭들이 산등성이를 따라 계속 펼쳐진다.

◆율포해수욕장
다향각을 뒤로 하고 내쳐 달리면 뻘건 개펄에 어선들이 올라앉은
모습이 인상적인 율포가 나타난다. 일제 시대 처음 개발됐다는 율포해
수욕장은 해수면 윗부분만 모래이고 그 아래는 모두 개펄이라 해수욕
장으로서는 매력이다소 떨어지는 듯 보인다. 그러나 여름이면 수많은
피서객이 이곳을 찾아발디딜 틈이 없다. 요즘도 밤늦게까지 사람의 모
습이 적지 않게 보인다.

율포가 사람을 끌어당기는 것은 바로 [맛] 때문이다. 율포 바로
앞 여자만에서 잡히는 반지락 새조개 키조개 전어 꼬막은 잊지 못할
맛의추억을 선사한다. 다른 곳보다 월등 덩치가 큰 키조개(일본명 가
이바시)나 새조개를 회 또는 데쳐 요리한다. 특히 반지락 회는 이곳에
서만 맛볼 수 있는 특미다. 푸른바다회관(0694-53-2225), 해변가든(0694-
53-1331). 보성 사람들은 소주나 생수에도 차를 넣어 다주 또는 냉녹
차를 만들어 마실 정도로 차 이용이 생활화돼 있다.


◆해변 드라이브길
이제 바다구경의 순서. 율포에서 득량만방조제까지 이어지는 27㎞
의 해변도로를 달린다. 이 길은 차 통행량이 거의 없는데다 야트막한
해안언덕을 오르내리게 돼 있어 경관 감상에 그만이다. 득량만 방조제
를 오른쪽으로 보며 차 한대가 겨우 지날만한 좁은 길을 벗어나면 곧
군두사거리에 도달한다. 일명 군머리라 불리는 군두사거리는 왜구들의
단골 침입 루트였으며,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 밑에서 활약하던
최대성 장군이 전사한 곳이다.사거리엔 최장군의 사적지가 모셔져 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