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운동-정신수양에서 `무병장수'까지..."오해-부작용도 커" ##.
「기」가 사람들을 사로잡고 있다.
가부좌 틀고 앉은 자리에서 방방 뜬다. 코끼리 껍질같았던 피부가 보
드랍게 분홍색으로 살아났다. 10년 아픈 허리도 씻은 듯 나았다. 휠체어
타고간사람이 걸어 나온다…. 기가 일으킨 기적들이다.
복제 인간이 「이론적으로」 가능할만큼 현대 과학이 발전한 지금. 무
협지가 현실이 됐나? 기 수련으로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생각은 왜 더
욱 강하게 퍼져가는 것일까? 의학자들은 인체내 자기장의 일종이라고 해
석하기도 하고, 물리학에서는 기존 연구의 블랙홀을 열 열쇠라고 보기도
한다. 초미립자까지도 조각내 전자 현미경으로 읽어낼 수 있다던 20세기
서구 과학의 「믿음」이 한계에 부딪히면서 찾아든 제 3의 길이라고 보는
사람도 있다.
단순히 건강을 위해 기수련을 한다는 사람부터, 기를 다스림으로써
온갖 병을 고치고 궁극적으로 「불멸」을 얻는다는 믿음까지…. 세기말적
신비주의까지 가세한 기 수련-기 연구 열풍이 일상에까지 스며있다. 기
를 강화하기 위한 인테리어와 장까지 나와있는 판이다. 기 열풍은
80년대 초 김정빈의 소설 「단」으로 기원이 올라간다.
70년대 이미 「우주와 사람과 하늘이 상통하는 길」이란 뜻의 「국선도」
가 시작됐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기는 「하늘을 날고, 비구름을 맘대로
부르는 신통력」같은 황당한 이야기로 여겨졌다. 이후, 「우리 것을 알자」
는 민족적 탐구열이 뜨거워지면서 기 수련은 일부 민족 무술가나
자의 울타리를 넘어 일반인과 대학생들에까지 퍼졌다. 직장과 대학마다
동아리가 생겨났다.
기 치료에 대한 신뢰가 확 커진 것은 92년. 하반신 마비로 휠체어에
앉아 을 지휘했던 회장이 지팡이 짚고 걸어서 돌아왔던
것. 두달가량 기공치료와 침뜸치료를 받은 결과였다.
삼풍 백화점 붕괴 직후인 95년 7월, 임경택(44·윤리교육과)
교수는 『붕괴 현장에서 한 남자의 살아있는 기가 느껴진다』고 말했다.
붕괴 10일만에 생존자 최명석군이 임교수가 지적한 곳에서 불과 10m가량
떨어진 곳에서 구조되면서 기에 대한 관심은 극에 달했다.
기공 치료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중국 기공사들도 많이 찾아 온다. 94
년에는 지롄위안(계연원·33)씨가 맨손으로 손수건을 불태워보였고, 최
근 내한한 양슈용(33)씨는 지난 2일 를 방문, 만원권 지폐를 접
어 플라스틱 젓가락 3개를 자르는 시범을 보였다. 이같은 「이적」은 기
수련으로 만사를 해결할 수 있거나 만병통치할 수 있다는 오해를 불러오
기도 한다. 그러나 기를 연구하는 학자-일반인 모임인 한국정신과학학회
김재수(49·한국과학기술대 금속공학과)박사는 『기공-기 수련의 목표는
선하고 건강하게 사는 것』이라고 말한다. 기 연구가 김인곤씨도 『기 수
련의 부작용은 일반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위험한 것도 있다. 일반인
이라면 가볍게 건강을 위해 태극권같은 기 체조를 하는 정도가 좋다』고
잘라 말한다.
기 수련을 기본으로 하는 각종 무예도장을 합치면, 지금 우리나라의
기 수련인구는 1백만명 가량으로 추산된다. 직장에서는 아침 6시쯤 단전
호흡 모임이 열리고 대학가의 기 바람은 「전통 무예」에 접목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수도여고 강서공고 불암중 청담중학교처럼, 「단전호흡」이나
「기체조」가 특별 활동으로 이뤄지는 곳도 있다.
지난 주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2,4위는 기에 관한 책. 이 서점
(33·여)씨는 『신비주의로 흐르던 초기와 달리, 요즘은 기 수련이 조깅
같이 누구나 할 수 있는 운동으로 여겨지는 것 같다』고 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