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경=박승준-김인구기자】『반갑습니다』 『오랜만입니다』. 3일 오후
4시(한국시각 오후 5시) 북경(베이징) 중심가로부터 북서쪽으로 30∼40
분 떨어진 샹그릴라 호텔 2층 「자죽청」. 취재진들의 플래시가 터지는
가운데 남북 적십자 대표단들은 92년 8월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남북적
십자 실무접촉 후 4년9개월만의 만남이라, 약간 상기된 표정으로 손을
맞잡았다.
남북대표단은 회담에 들어가기 앞서 3분 정도 사진촬영을 위해 포즈
를 취한 뒤, 날씨 등을 화제로 간단한 대화를 나눴다. 이병웅 우리측
수석대표는 북측 대표단장 백용호 북적 서기장에게 『오늘 아침에 도착
해 바로 회담에 나와서 피곤하시지 않느냐』고 물었으며, 이에 백은 『일
없다(괜찮다)』면서 『그 쪽은 어제 오셨다면서요』라고 말했다.
샹그릴라호텔의 회담장은 북한 대표단이 15명 정도가 회의를 할 수
있는 회의장을 예약하는 등 준비했다. 회의장은 북쪽으로 난 창으로 샹
그릴라호텔의 푸른 나무와 숲이 조성된 정원이 보여 회담장 분위기를
한결 부드럽게했다. 그러나 회담장에는 회담이 열리는 사실을 알리는
플래카드도 내걸지 않고 아무런 깃발도 게양되지 않았다.
이에 앞서 백용호 서기장을 비롯한 북측대표단은 우리측에 통보한
대로 이날 오전 9시40분(현지시각) 북한 고려항공 JS151편으로 북경 수
도공항에 도착했다. 그러나 대표단들은 국내외 취재진들이 대기하고 있
던 1층 입국장을 이용하지 않고 2층 출국장을 통해 공항을 빠져나가는
바람에, 한국과 일본기자를 비롯한 취재진들은 김일성 배지를 달고 있
는 북한인들이 1층 입국장으로 나올 때마다 우르르 몰려 소동을 벌였다.
대표단이 도착하기 20여분 전부터 공항로비 밖 택시승강장 부근에는
북한인공기를 단 「사133002」 번호판의 북경주재 북한대리대사 차량을
비롯해 「사133015」 「사133018」 「사133032」 등 북한대사관 차량 6대가
미리대기했으며, 비행기 도착과 때맞춰 김일성 배지를 단 대사관 직원
2명이 누군가를 마중하기 위해 입국장 안까지 들어갔다.
그러나 비행기가 도착한 지 20여분이 지나도 북한 적십자회 마크를
단 대표단은 입국장에 나타나지 않았으며, 한 북한대사관직원이 『백단
장 이미 갔어요』라고 하는 말로 북측대표단의 도착사실이 알려졌다.
오전 10시10분쯤 김일성 85회 생일행사(4.15)와 군창건 65주년 행
사(4.25)에 참석하고 일본으로 돌아가기 위해 같은 비행기를 타고온
조총련책임부의장 허종만 일행이 입구로 나오자 취재진들이 이들을 적
십자대표단으로 오인해 질문공세를 펴기도 했다.
또 북적대표단과 같은 비행기로 미국의 유진벨 재단 스티브 린튼 회
장 부부가 출구로 빠져 나오다가 취재진들에게 에워싸여 15분 정도 북
한의 식량난에 대해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린튼회장은 이번 남북적십
자 접촉에 대해북한 외교부 관리들은 「인도적 회담이라 기대가 크다」면
서도 「남북간의 고위급회담은 대통령 임기내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 『북한이 기아로 인육까지 먹는다는 게 사실
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믿기 힘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