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간도=박재영기자 】여천공단 앞바다의 작은 섬 삼간도가 무인도
로 변할 위기다. 갯벌이 망가지면서 삶의 터전을 잃은 주민들이 집단이
주를 요청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삼간도 주변에는 섬 면적의 5배인 1백㏊의 갯벌이 형성돼 있다. 썰
물때는 여천군 신풍리까지의 7백20m가 육지로 연결될 정도다. 그러나
현재 갯벌의 80는 생물이 살지 않는 쓸모없는 땅이다. 불과 5∼6년만
에 이렇게 변했다.

주민 박인근(33)씨는 『해마다 갯벌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바닷물이
밀려나간 29일 오후 6시, 섬에서 2백m 떨어진 갯벌을 삽으로 파내자 두
부처럼 물컹물컹한 새까만 퇴적층이 나타났다. 깊이가 40㎝는 넘어 보
였다. 갯벌에서 흔히 서식하는 지렁이와 게는 어디에도 없었다.

좀 더 깊이 파보니 93년에 주민들이 뿌려놓은 모래층이 나타났다.
『4년만에 이렇게 쌓였죠. 정상적인 갯벌과 달리 미세한 토사더미인 퇴
적층에는 산소공급이 안돼 생물이 살지 못합니다.』 박씨는 『허리까지
빠지는 퇴적층도 있다』며 『굴 양식은 86년 이후 끝났으며 바지락도 성
장기간의 두 배가 넘는 18개월이 지나도 절반 크기밖에 자라지 않는다』
고 말했다.

삼간도 갯벌에 이상징후가 나타난 것은 89년 여름이었다. 태풍이 있
은 다음날 갯벌의 바지락이 모두 몰사했다. 그로부터 2년뒤 여천시는
여천공단이 태풍을 틈타 폐수를 몰래 배출했기 때문이라는 최종결론을
내렸다. 주민들은 10억원을 들여 훼손된 갯벌에 모래를 뿌리는 복구사
업을 벌였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율촌공단과 컨테이너부두 건설
공사를 위해 대형 방조제가 새로 건설됐고 급기야 여천공단 확장공사도
시작됐기 때문이다.

유정용(56)씨는 『여천 앞바다 광양만은 바다가 아니라 호수』라고 말
했다. 방조제들이 바다 물길을 가로막고 있는 상황에서 공장폐수와 공
사장 토사는 서로 뒤섞인 채 퇴적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94년 삼
간도바지락 폐사율은 50, 95년 80, 지난해에는 90로 증가했고 소득
은 10년전 당시 월 3백만원에서 지금은 30만원에 불과하다.

박씨는 『2∼3년내 갯벌은 모두 사라질 것이므로 살 길이 막막하다』
고 말했다. 주민이주와 생활보조금, 어업권 피해보상 등을 당국에 요구
하고 있지만 76년 여천공단 조성시 어업권이 이미 말소됐다는 규정때문
에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한다는 답변만 얻었다. 박씨는 『6번이나 진정
서를 냈지만 , , 통상산업부, 환경부, 해양수산부, 전
남도청, 여천시청 등은 모두 자기 담당이 아니라고 서류만 이관시켰다』
고 말했다.

삼간도 주민 3백50여명은 3월27일부터 10일간 여천시청 앞에서 텐트
를 치고 장기농성을 벌였다. 4월4일 주민 1백20명은 주민등록증을 시청
에 반납하고 말았다. 『북한 동포도 무상으로 돕는 세상인데 세금내고
살고있는 우리의 생존권을 확보해주지 않는다면 국적을 잃고 싶은 심정』
이라는 게 주민들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