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적 탐구의 한계를 벗어나면 인간은 자연스럽게 상상력에 의존
한다. 특히 그 분야가 천체일 경우 상상력의 범위는 무한히 커지는 경
향을 보인다.

최근 천문학 분야의 책들이 바로 그렇다. 무미건조한 관찰결과와
이론적 결론을 정리하던 기존의 과학교양서들과 달리 과학적 사실과
대담한 상상력을 자연스레 섞어서 픽션과 난픽션의 경계를 허무는 입
문서들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물리학과 리처드 멀러교수와 필립 도버박사가 공저한 「지
구대폭발」(황도근 옮김·자작나무간)은 빅뱅이론과 생명체 탄생의 연
관성을 추적했다. 아직도 신비에 가려져 있는 생명의 탄생을 저자들은
우주대폭발 폭발 그리고 공룡의 집단멸종을 초래한 6천5백만년
전 지구와 혜성의 충돌이라는 3대 빅뱅을 통해 흥미있는 이론을 전개
한다. 물론 상상력과 과학적 가설이 불가분하게 뒤얽혀 있다. 그래서
보물찾기식의 추리기법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과학저술가 안드레아스 폰 레튀 지음 「혜성의 신비」(박병덕외 옮
김·다섯수레간)는 최근 지구에 근접해 일반인들의 큰 관심을 모았던
헤일-밥혜성의 출현을 중심으로 혜성과 관련된 과학적 관찰과 해명의
역사를 정리하고 있다. 멀러교수와 도버박사의 가설과 같이 6천5백만
년전 공룡을 멸망시킨 혜성의 이야기에서 출발해 1908년 퉁
구스카대폭발사건과 1994년 목성과 충돌한 슈메이커-레비혜성에 이르
기까지 다양한 혜성이야기들을 해준다. 이 책에서도 생명의 비밀이 혜
성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고 조심스런 주장을 펼친다.

미국의 저명한 과학저널리스트 티모시 페리스 지음 「세티」(이충호
옮김·푸른숲간)는 외계지능체와 나아가 외계문명의 흔적을 찾으려는
그동안의 과학적 노력을 정리한 책이다. 세티(SETI)란 외계지능체 탐
사(search for extraterrestrial intelligence)의 약자다. 이 책도 묘
하게 6천5백만년전의 충돌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이 이야기의 핵심은
다윈의 진화론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다. 포유류가 우세를 보이게
된 것은 자연스런 진화의 결과가 아니라 충돌이라는 우연의 결과라는
주장이다.

이런 책들을 정통과학교양서로 분류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픽션」
이라는 걸 염두에 둔다면 흥미와 과학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게 책이다.
분명 새로운 독서경향의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