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열이라 부르는 아토피성 피부염을 할머니들은 「땅 밟으면 좋아지
는 병」이라고 한다. 뚜렷한 치료법이 없는 데다 치료해도 금방 재발하
지만 아이가 걷기 시작하면 대부분 낫기 때문이다. 그래서 치료를 않고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강남의 한 피부과 의원을 찾아온 10개월된 박모양의 경우가 그
랬다.
부모가 맞벌이여서 외할머니가 낮동안 박양을 돌보았다. 생후 3개월
쯤부터 태열습진이 나타났고, 아기는 가려워 밤마다 보채며 괴로워했다.
할머니나 부모는 그때마다 약국에서 산 연고를 발라줬을 뿐이다. 부모
들은 무릎과 팔, 다리에 습진이 퍼지고 진물이 나고서야 아기를 병원에
데려왔다. 『할머니가 가만 둬도 저절로 낫는다고 해서…』가 어머니의
변명이었다.
아토피성 피부염은 어린이의 2∼8%에게서 나타난다. 견디기 힘들 만
큼 심한 가려움이 주된 증상이다. 말도 못하는 유아들은 잠도 못자고
칭얼대면서 침구나 침대 한쪽에 얼굴을 비비며 쉴 새 없이 긁으려 애를
쓴다. 부스럼딱지나 몸이 붓는 「부종」, 피부가 각질화돼 비듬처럼 일어
나는 「인설」 같은증상이 동반된다. 알레르기성 비염이나 천식을 함께
앓는 경우도 많다. 합병증으로 백내장이 오기도 한다.
이 병은 2개월∼2년 되는 유아에게만 생긴다고 아는 이가 많다. 하
지만 4∼10세짜리에서도 뜻밖에 많다. 청소년이나 성인까지 지속되는
경우도 있다. 나이에 따라 습진이 나타나는 부위가 조금씩 다르지만 완
치가 몹시 힘들다. 치료해도 금방 재발한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때문에 증상을 악화시키지 않도록 잘 관리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전
문의들은 대개 집먼지 진드기나 먼지, 개나 고양이털이 원인이니, 집안
을 항시 깨끗하게 청소해야 한다고 말한다. 뜨거운 물로 목욕이나 샤워
를 하는 것을 피하고, 공중 목욕탕에 아이를 데려가는 것도 피해야 한
다.
「 타월」로 때를 미는 것도 금물이다. 목욕할 때는 미지근한
물에 시키고 비누는 되도록 쓰지 않는 게 좋다. 몸을 닦을 때에도 문질
러 닦지 말고 수건으로 가볍게 쳐서 물기를 제거해야 한다. 목욕 뒤
3분 안에 보습제를 써서 수분 손실을 막는 게 좋다. 약을 바르는 것도
이때가 좋다. 옷은 모직이나 나일론을 피하고 면옷을 입힌다.
유아의 경우 이 피부염은 먹는 음식과 웬만큼 관계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음식이 의심스러울 때는 생선이나 우유, 유제품, 달걀, 초콜릿 등을
피한다. 그러나 제법 큰 어린이나 청소년은 음식과 관계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니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음식을 제한할 필요가 없다.
이렇게 해서도 좋아지지 않으면 반드시 전문의를 찾아 치료를 받게
한다.
치료에는 항히스타민제가 많이 쓰인다. 가려움증에 효과가 크지만
졸음이 오는 게 단점이다. 부모들은 약이 독해 아이에게 해롭다 생각하
고 약 먹이기를 중단하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오히려 증상을 악화시키
는 꼴이 된다.
항히스타민제와 함께 부신피질호르몬 연고를 바르는 것도 좋다. 일
부 병원에서 하는 면역요법이 효과를 보기도 한다. 원인물질 알레르겐
을 조금씩 체내에 투여해 면역력을 키우는 치료법이다.
아토피성 피부염을 장기간 방치하면 아이들의 주의력과 집중력이 떨
어질 뿐 아니라 신경질적이 돼 성격형성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 전문
의들은 치료를 받아도 낫지 않거나 재발하기 쉽다는 속성 때문에 부모
들이 「나을 때까지 기다리자」고 한다면 큰 잘못이라고 지적한다.
< 임호준 기자 >
*도움말= 계영철 (고려의대 안암병원 피부과 교수)
신학철 (신학철 피부과의원 원장)
차미경 (차&박 피부과의원 원장)
* 다음주 주제는 「어린이 틱(tic)장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