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 외 6인의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1. , , 이현우, 이원조의 각 변호인들의 상고이유에 대
한 판단
가. 의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하여
원심은 대통령이 기업체들의 활동에 있어 직무상 또는 사실상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고, 피고인이 경영하는 기업체와 관련된 그 판시
국책사업의 사업자 선정도 역시 대통령의 직무범위에 속하거나 그 직무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행위라고 판단하였는바, 헌법과 관계법령의 각 규정
및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 및 판단은 정당하
다. 따라서 이에 관하여 대통령에게 금품을 공여하면 바로 뇌물공여죄가 성
립하고, 대통령이 실제로 영향력을 행사하였는지의 여부는 범죄의 성립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는 것이다.
나. 의 상고이유 제2, 3점, 의 상고이유 중 대통령에 대한 뇌
물공여 부분, 이현우의 상고이유 중 뇌물수수방조 부분, 이원조의 변호인
법무법인 태평양의 상고이유 제1, 2, 3점 및 같은 피고인의 변호인 양상훈
의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하여
기록에 의하면 , 이 대통령직에 있던 공소외 에게 뇌물
을 공여하고, 이현우가 위 의 뇌물수수를 방조하였으며, 이원조가 대
통령직에 있던 공소외 및 위 의 각 뇌물수수를 방조하였다는
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것은 정당하다.
뇌물죄는 직무집행의 공정과 이에 대한 사회의 신뢰에 기하여 직무행위의
불가매수성을 그 직접의 보호법익으로 하고 있고, 뇌물성을 인정하는 데에
는 특별히 의무위반행위의 유무나 청탁의 유무 등을 고려할 필요가 없는 것
이므로, 이 사건에서도 뇌물은 대통령의 직무에 관하여 공여되거나 수수된
것으로 족하고 개개의 직무행위와 대가적 관계에 있을 필요가 없으며, 그
직무행위가 특정된 것일 필요도 없다.
그리고 정치자금, 선거자금, 성금 등의 명목으로 이루어진 금품의 수수라
하더라도, 그것이 정치인인 공무원의 직무행위에 대한 대가로서의 실체를
가지는 한 뇌물로서의 성격을 잃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원심이 적법하게 인정한 바와 같이, 대통령에 대한 금원 공여의 취
지가 기업경영과 관련된 경제정책 등을 결정·집행하고 금융·세제 등을 운
용함에 있어서, 우대를 받거나 최소한 불이익이 없도록 하여 달라거나 국책
사업에 우선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영향력을 행사하여 달라는 데에 있었
던 것인 이상, 그것만으로도 앞서 본 대통령의 직무와 그 금원의 공여가 대
가관계에 있음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 이 위 에게 공여
한 원심 판시의 각 금원 및 위 이나 가 기업인들로부터 수수한
원심 판시의 각 금원은 뇌물에 해당한다.
다., 이현우의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하여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이 대통령 경호실장직에 있던 이현우에게
그 직무에 관하여 뇌물을 공여하고, 이현우가 동화은행장인 공소외 안영모
로부터 저축에 관하여 이자 외의 금품을 수수하였으며, 기업인들로부터 자
신의 직무에 관하여 뇌물을 수수하거나 다른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사항의
알선에 관하여 금품을 수수하였다는 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조처는
모두 정당하다.
라. 이원조의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하여
(1) 변호인 양상훈의 상고이유 제2점에 대하여
요지는 피고인이 위 , 가 기업인들로부터 뇌물을 수수하기 전
에 그 면담을 주선한 것으로서, 정범이 실행행위에 나아가기 전에 방조하였
을 뿐이므로 피고인을 수뢰죄의 종범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나, 종범은
정범의 실행행위중에 이를 방조하는 경우는 물론이고 실행의 착수 전에 장
래의 실행행위를 예상하고 이를 용이하게 하는 행위를 하여 방조한 경우에
도 정범이 그 실행행위에 나아갔다면 성립하는 것이므로, 원심판결에 법리
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2) 변호인 법무법인 태평양의 상고이유 제4점에 대하여
요지는 피고인에 대한 원심의 양형이 피고인과 죄질이 유사한 다른 피고인
들에 비하여 현저히 과중하여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이나, 이
는 헌법위반을 내세워 실질적으로 원심의 양형을 다투는 것에 불과하여 원
심에서 징역 10년 미만의 형이 선고된 이 사건에서는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
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그 주장과
같은 사유만으로는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도 없다.
2. 검사의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가. 의 뇌물공여의 점에 대하여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이 에게 뇌물을 공여하였다는 공소사실에 대하
여 그 공소시효가 완성되었다는 이유로 면소를 선고한 원심의 조처는 정당
하다.
나. , 이경훈, 의 업무방해의 점에 대하여
원심은 위 피고인들이 위계로써 은행의 실명전환업무, 전산처리업무 및 실
명전
환자산통보업무를 방해하였다는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금융실명거래및 비밀보장에 관한 긴급재정경제명령(긴급명령)의 목적과 여
러 규정의 취지를 종합하여 보면, 기존비실명자산의 거래자가 긴급명령의
시행에 따라 이를 실명전환하는 경우 금융기관으로서는 실명전환사무를 처
리함에 있어서 거래통장과 거래인감 등을 소지하여 거래자라고 자칭하는 자
의 명의가 실명인지의 여부를 확인하여야 하고 또 그것으로써 금융기관으로
서의 할 일을 다하는 것이라 할 것이고, 나아가 그가 과연 금융자산의 실질
적인 권리자인지의 여부를 조사·확인할 것까지는 없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실명전환사무를 처리하는 금융기관의 업무는 실명전환을 청구하는
자가 권리자의 외관을 가지고 있는지의 여부를 확인하고 그의 명의가 긴급
명령에서 정하고 있는 주민등록표상의 명의 등 실명인지의 여부를 확인하는
것일 뿐이지, 나아가 그가 과연 금융자산의 실질적인 권리자인지의 여부를
조사·확인하는 것까지 그 업무라고 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피고인들의 행위가 범죄로 되지 아니하는 때에 해당한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채증법칙 위반,
심리미진,
금융기관의 업무범위 내지 업무방해죄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3. 결 론
살펴본 바와 같이 원심판결에 채증법칙 위반, 심리미진, 법리오해, 판단유
탈 등의 위법이 있다는 각 상고이유는 모두 받아들일 수 없으므로 피고인
, , 이현우, 이원조의 각 상고와 검사의 피고인 , 이경
훈, 에 대한 각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피고인 이현우의 상고 후 구
금일수 중 일부를 본형에 산입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하는바, 이 판
결에는 피고인 등의 업무방해의 점에 대하여 대법관 김형선, 대법관
송진훈의 보충의견이, 대법관 천경송, 대법관 지창권, 대법관 이용훈, 대
법관 이임수의 반대의견이, 대법관 박준서의 별도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
는 관여 대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었다.
4. 대법관 김형선, 대법관 송진훈의 보충의견
긴급명령의 제반 규정 등을 살펴보면, 긴급명령에서 말하는 거래자란 금융
거래에 있어서 「자기의 명의로 금융기관의 상대방이 된 자 또는 되는 자」를
말하는 것으로 보아야 하고, 반드시 자금의 실소유자 또는 금융자산의 사
실상의 권리자만을 의미한다고 할 수 없다.이 사건에서 금융기관인 공소외
주식회사 동화은행 등이 이 사건 각 예금계좌의 거래자 명의가 긴급명령의
시행을 위한 대통령령 제3조에서 정하는 실명과 일치하는지 여부를 긴급명
령의 시행을 위한 규칙 제3조에 정한 방법으로 확인한 이상 그로써 위 은행
들의 확인의무는 아무런 지장 없이 완수된 것이고, 따라서 이 사건 각 예금
계좌의 거래자명의가 차명이라 하더라도 그 차명이 긴급명령 제2조 제4호에
서 정의한 실명인 이상 피고인들의 이 사건 행위가 형법 제314조의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를 구성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5. 대법관 천경송, 대법관 지창권, 대법관 이용훈, 대법관 이임수의 반대
의견
가. 다수의견은 금융기관이 긴급명령에 따라 처리하는 실명전환에 관한 업
무내용에 금융자산의 실질적인 권리자에 관한 조사·확인이 포함되지 않는
다는 이유로 피고인 등에 대한 위 업무방해의 공소사실이 범죄로 되
지 아니하는 때에 해당한다고 하나 이에는 동의할 수 없다.
긴급명령은 제5조 제1항에서 기존비실명자산의 거래자에게 실명전환의무를
부담
시키고 있으면서도 그 법조항에서 말하는 거래자가 누구인가에 관하여 특별
한 규정
을 두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금융기관에 예금 등 금융자산의 거래계좌를
개설하는
것은 이를 개설하는 자와 금융기관이 그 금융자산에 관하여 소비임치 등의
금융거래
계약을 체결하는 것으로 해석되므로, 여기의 거래자는 그 금융거래계약에
따라 금융
기관에 대하여 금융자산 환급청구권 등의 권리를 갖는 계약상의 채권자로
풀이하여
야 할 것이다.
그리고 「거래자의 실명에 의한 금융거래」라 함은 그 문언의 해석상 거래자
자신의 실명에 의한 거래임이 명백하므로, 가명에 의한 거래는 물론 실명
거래라도 거래자 자신이 아닌 타인의 실명에 의한 거래(예컨대 합의차명)는
여기의 실명에 의한 금융거래에 포함되지 않는다. 따라서 거래자에게 실명
전환의무가 있는 기존비실명자산에는 가명에 의한 기존금융자산과 함께 타
인의 실명에 의한 기존금융자산이 포함되고, 또한 이러한 기존비실명자산을
실명전환하는 경우에도 오로지 거래자의 실명으로 전환하는 것만이 허용된
다고 할 것이다.
나. 긴급명령은 제2항에서 긴급명령 시행 후 최초의 금융거래가 있는 때에
기존금융자산의 명의가 실명인지의 여부를 확인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바,금
융기관은 기존비실명자산에 대한 실명전환사무를 처리함에 있어서도 그 금
융자산의 명의가 거래자의 실명으로 전환되는지의 여부를 확인하여야 할 의
무가 있음은 명백하다. 조사결과 실명전환청구자가 그 금융자산의 권리자가
아닌 것으로 밝혀진 경우에는 실명전환을 거절하는 등의 필요한 조치를 취
하여야 할 것이다.
다수의견은 금융기관에게 실명전환을 하려는 자가 기존비실명자산의 실질
적인
권리자인지의 여부를 조사·확인할 수단이 없다는 이유로 그와 같은 조사·
확인의무
를 부정하여 그 의무의 수행을 위한 사무가 금융기관의 업무가 아니라고 하
나, 조사
·확인할 수단이 없다고 하는 것만으로 조사·확인할 의무의 존재까지 부정
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고, 이 사건의 경우처럼 기존비실명자산의 권리자 아닌 자가
금융기
관이 권리자인지의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것을 악용하여 허위신고로써
그 명의
를 전환시켰다면 이는 금융기관의 정상적인 실명전환업무를 방해한 것으로
서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에 해당된다고 할 것이다.
다. 그렇다면 원심으로서는 위 피고인들이 위와 같은 금융기관의 업무를
위계
로 방해하였는지의 점에 나아가 판단하였어야 함에도, 이에 이르지 않은 원
심판결의
위 업무방해에 관한 부분은 실명전환에 관한 금융기관의 업무범위 내지 업
무방해죄
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때에 해당하고, 이 점을 지적하는
검사의
상고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6. 대법관 박준서의 반대의견
금융기관이 실명전환사무를 처리함에 있어서 실명전환을 청구하는 자가 실
질적
인 권리자인지의 여부를 조사·확인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과
같이 합의차명에 의한 실명전환이 금융기관의 실명전환업무를 위계에 의하
여 방해하
는 범죄가 성립함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는 것이므로, 이 점에서 다수의견에
반대한
다.
이 사건 공소사실은 위 피고인들이 금융기관의 금융자산 실명전환업무, 전
산처
리업무 및 실명전환자산 통보업무를 방해하였다는 것이지, 실질적인 권리자
인지의
여부에 대한 금융기관의 조사업무를 방해하였다는 것이 아니다.
금융기관의 기존비실명자산에 대한 실명전환업무는 그 실질거래자의 실명으
로 전환하는 것이 본래의 정상적인 업무인 것이고, 긴급명령에서 그 실명을
주민등록표상의 명의, 사업자등록증상의 명의 등으로 전환하도록 규정한
것은(제2조 제4호) 위와 같이 위 실명이 실질거래자인 것을 전제로 하여 실
명전환 업무처리 방식으로서 실질거래자의 여러 가지 명의 중 어느 것을 실
명으로 할 것인가 하는 그 실명을 확인표시 하는 방법을 규정한 것에 불과
한 것이다.
다수의견은 금융기관이 실명전환을 청구하는 자가 금융자산의 실질적인 권
리자인지 여부를 조사·확인 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 하여 이 사건에서 합
의차명으로 실명전환한 것이 업무방해가 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고 있으니
, 이는 이 사건 공소사실에서 방해되었다는 업무가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파
악하지 못한 데에서 비롯된 것이라 하지 아니할 수 없다.
예를 들어 회사에서 서류전형의 방법으로 신입사원을 채용하는 경우 전과
자인
갑이 제3자인 을의 학력, 경력증명서 등을 제출하여 을로 행세하여 채용되
었다면 위
계에 의한 업무방해가 될 것인바(당원 1992. 6. 9. 선고 91도2221 판결 참
조), 여기
에서 방해된 업무는 회사가 근로자로서의 적격자를 채용하는 업무인 것이지
전형서
류를 조사하는 업무인 것이 아니다. 다수의견의 논리에 의하면, 이 경우에
도 회사가
전형서류의 진정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수단이 없으므로 업무방해가 되지
아니한다
는 부당한 결론에 이르게 될 것이다.
결국 합의차명이 실명으로 허용된다면 모르되, 앞서 본 바와 같이 합의차
명은 실명에 해당되지 아니하므로, 이 사건에서 위 피고인들에 의한 합의차
명에 의한 실명전환은 금융기관에 대하여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가 된다고
할 것이다.
대법원은 최고법원으로서 법령 해석의 통일을 주된 임무로 하고 있고, 동
종사안
에서 법령 해석의 견해를 함부로 변경하는 것은 법적 안정성을 해하므로 자
제되어야
하며, 동종사건이라 하더라도 종전 판례를 그대로 적용하면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부합되지 아니하는 결론이 되는 부득이한 경우에는 종전 판례의 보편타당성
을 다시
검토하여 그 법리를 보완하는 등 법의 정의와 법적 안정성의 양대 이념을
고려하여
법령 해석에 임하여야 할 것인바, 이 사건에서는 종전 판례를 유지하는 것
이 특별히
정의와 형평에 어긋난다고 볼 수 없으므로, 다수의견이 이 사건에서 종전
견해를 변
경하는 법령 해석 운용의 방식에도 찬성할 수 없는 것이다.
1997. 4. 17.
대법원장 윤 관(재판장), 대법관 박만호, 대법관 최종영, 대법관 천경송,
대법관 정귀호(주심), 대법관 박준서, 대법관 이돈희, 대법관 김형선, 대
법 관 지창권, 대법관 신성택, 대법관 이용훈, 대법관 이임수, 대법관 송진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