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리스트」라는 단어가 너무 많이 언론에 등장해 이젠 「리스트 정
치」니 「리스트 문화」라는 신조어까지 생기고 있다. 실상 「×× 리스트」
에 등장한다는 것은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이를테면 문필인이 베스
트 셀러 리스트에 오른다면 얼마나 기분좋은 일인가.
「리스트」라는 단어가 가장 기분좋게 쓰인 경우는 아마 영화 「쉰들러
리스트」일 것이다. 주인공 쉰들러는 원래 휴머니즘과는 전혀 상관없는,
전쟁을 틈타 일확천금하려는 기회주의자였다. 그가 유태인을 고용한 동
기도 공짜 노동력이 탐나서였다.
쉰들러는 그러나 나치가 어린이들까지 무참히 학살하는 장면을 목격
하면서 달라진다. 그는 나치 장교에게 뇌물을 주면서 위장취업이라는
형식으로 어린이들까지 「쉰들러 리스트」에 올려 생명을 구해낸다. 「쉰
들러 리스트」는 말하자면 「살생부」가 아닌, 「생환 리스트」인 셈이다.
「리스트」라는 단어는 그러나 역사에서 보면 대체로 어딘가 음산한,
비밀지하실속의 죽음을 연상케 한다. 스탈린과 피노체트의 정적숙청
「리스트」가 그 대표적인 것들이라 하겠다. 이 경우의 「리스트」는 거기
에 한번 올랐다 하면 쥐도 새도 모르게 목숨을 잃게 되는 「살생부」다.
「 리스트」는 그러면 어떤 성격의 「리스트」로 결말날 것인지 궁
금하다. 에 불려 가면서도 히죽히죽 웃는 것을 보면 꼭 「살생부」만
은 아닌 것같기도 하고, 당장 들통날지라도 「전면부인」으로 일관하는
정치인들을 보면 그것이 「살생부」같기도 하다. 그런데도 수뢰정치인들
이 물러났다는 얘기가 없는걸 보면 「홍역부」인 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