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에게 말걸기」

12세 소녀 진희의 세상보기(「새의 선물」)가 주었던
쏠쏠한 재미 탓에 은희경이라는 이름만으로 주저없이
고른 책이었다.

제목부터 끌린다 싶더니 마지막 장까지 쉽게 놓을 수가
없었던 건 9편 소설 속 인물들이 나 또는 내 주변의
인물이 아닌가 싶은 착각 때문이었다.

등돌린 타인에게 말걸기를 포기한 대다수의 사람들 대신
아직도 나름의 소통방식으로 끊임없이 말걸기를 시도하는
여자 (「타인에게 말걸기」), 사람에 대한 이런 환상 때문에
크고작은 상처를 받는 모습은 바로 내 주변의 이야기같기도
하다.

작가는 또 적당히 포기하고 아무렇지도 않은 척 태연해
하지만 쉽게 벗어버리지 못하는 사랑에 대한 환상에 대해서도
일침을 놓는다.

환상은 달콤한 마약과 같다.

그렇기에 언제까지나 그 달콤함에 녹아있을 수만은 없다.

자신도, 타인도, 세상도 화장기 없는 모습으로 마주 대할 수
있을 때 담담한 일상으로 엮어진 삶도 당연히 내 몫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게 아닌가 싶다.

문학동네 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