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주의의 요체라고 할 수 있는 권력 3부간의 본격적인 힘겨
루기가 시작됐다. 대통령의 「선택적 거부권(Line-Item Veto)」을 놓고
시작된 입법-행정-사법부간 힘겨루기는 조만간 대전투로 비화될 전망이다.
선택적 거부권이란, 미 대통령이 의회가 제출한 예산 또는 법률안
등을 승인하면서, 개별 항목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제
도.
다시말해 대통령에게 예산안 등을 놓고, 입맛에 맞는 항목만 고를
수 있도록 막강한 권한을 주는 것이 바로 선택적 거부권이다.
이 제도는 지난 95년1월 미의회의 다수당으로 등장한 공화당이 입
법하고, 대통령이 이에 서명, 지난 1월부터 발효된 새 법안에 따른
것이다.
역대 미대통령들은 의회와 힘겨운 예산싸움을 할 때 마다, 이 제도
의 필요성을 역설해왔다.
의회가 마련한 예산안중 일부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결국 예
산전체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해야 하는 비효율성 때문이다.
의회 쪽에서는 대체로 대통령 선거에서는 자주 승리하면서도 만년
소수당에 머물러온 공화당이 이 제도의 채택을 주장했었고 반대로 민주당
은 강하게 반대했었다. 이런 상황이 역전된 것은 94년 11월의 중간 선거.
민주당대통령 아래에서, 공화당이 지배하는 의회가 등장한
것. 당시 깅리치하원총무를 중심으로 한 공화당 진영은 「미국과의 계약」
이라는 선거 공약을 통해 「선택적 거부권」의 채택을 약속했었다.
결국 공화당 의회는 약속대로 이 법안을 마련했고, 사사건건 공화
당 법안에 제동을 걸어온 대통령이지만 이 법 만큼은 즐거운 마음
으로 서명했다. 문제는 지난 10일(현지시각) 내려진 미 법원의 결정.
미연방지법의 토머스 잭슨판사는 이와 관련한 「위헌 소송」에서 『의
회 고유의 예산권한을 대통령에게 일방적으로 이양한 것은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대통령과 측은 즉각 반발했다. 은
11일, 이 판정에 불복, 대법원의 심의를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이제부터 공화당과의 본격적인 예산전쟁을 앞둔 의 입장에서,
「전가의 보도」처럼 쓸 수 있는 선택적 거부권을 갑자기 빼앗아 버렸다고
느낄만하다.
재미있는 것은 위헌 소송을 낸 사람들이 민주당의 로버트 버드 미
상원의원(웨스트 버지니아주) 등 당초 이 법안에 반대했던 민주당 소속의
원들이라는 점이다. 공화당쪽은 연방법원과 의 정면 충돌을 일단
관망하는 눈치다.
하지만 96년 대권주자중 한사람이었던 필 (주)
은 『한번도 유권자의 심판을 받아보지 못하고, 대통령이 임명한 일개 연
방판사가….』라는 분노의 반응을 보였다.
선택적 거부권 논란은 미 3권 분립의 장래까지 지켜볼 수 있다는
점에서 점차 흥미로운 논쟁으로 번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