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진 한국화가 한풍렬씨(55· 교수)가 16일부터 22일까지 서
울 공평아트센터(02-733-9512) 1층 전관에서 초대전을 갖는다. 한씨 스
스로 밝히는 이번 전시작 60여점의 특징은 「평론가의 설명을 안 읽어도
그자리에서 이해할 수 있는 확실하고, 포근한 구상작품」이다.
미대를 나온 한씨는 학부에서는 서양화, 대학원에서는 한국화를 전공한
후자신만의 새로운 재료를 다양하게 개발하는 등 투철한 실험정신으로
지난 20여년동안 추상 한국화분야에서 활약해 온 작가다. 이때문에 산
술적으론 지난 94년 동산방화랑 전시 이후 3년만의 개인전이지만 한씨
에게 이번 전시는 단순한 변신 정도가 아닌, 일종의 「시위」다.

『언제부턴가 아이디어로 승부하고, 말로 설명하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상한 「거품」이 미술계에 만연하고 있습니다. 캔버스에 점을
한2백개 찍어놓곤 「우주의 질서」라고 부르는 식이죠. 그래서 이번엔 그
동안 세계각지를 돌며 스케치한 것을 바탕으로 제작한 쉬운 풍물화들로
꾸몄습니다.』.

이미 다양한 실험을 해봤고, 그래서 첨단만 편식하는 미술계에 경종
을 울리겠다고 마련한 전시인지라 출품작들은 「풍물, 그 삶의 이야기」
란 전시주제처럼 이야기가 그득하다. 을 비롯해 파리, , 워싱
턴, 프라하, , 인스부르크, 이스탄불, 취리히, 등 세
계적도시들의 거리풍경을 그린 전시작들은 꽉짜인 구도와 탄탄한 데생,
그러면서도 한씨 특유의 잔잔하고 포근한 색감으로 보는 이를 서정이
충만한 세계로 이끈다. 동-서양화를 넘나든 그의 경력처럼 작품의 재료
도 조개를 갈아 색을 입혀 바르는 실험적인 것에서부터 동양화 물감과
서양화의 아크릴을 함께 사용한작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그의 수채
화실력은 화단에서 이미 정평이 있는 것이지만, 출품작들에서 느껴지는
이런 특성은 작품에 나타난 도시 풍경들로 인해 묘한 이국적 감성과 함
께 동양적 문인화의 향기를 함께 안겨주기도 한다. 작품 크기는 10∼80
호의 크지 않은 것들로 특히 20∼30호짜리가 대부분이다.

『사실 구상작품이 쉬워보이지만 맑고 곱고 투명하고 아름다운 색깔
과 형상으로 그리기가 훨씬 힘들고 부담스럽습니다. 쉽게 이해가 되는
만큼 약점잡히기도 쉽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발가벗는 기분도 들지만
기왕평가를 받는 것 확실하게 받자는 생각입니다.』.

한씨는 『아마 전시작을 보시면 미술을 어렵다고 생각했던 관람객들
도 금방 「좋다」 「나쁘다」로 의견이 분명할 것』이라며 『이번 전시가 우
리 미술계에 기본의 중요성을 다시 느끼게 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