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꼭 3년전, 「한국인 비하 묘사」 논란에 휘말려 국내 상영이
좌절됐던 외화 「폴링 다운」(Falling Down)이 19일 개봉된다.

이 작품은 유감스럽게도 주인공이 한국계 상인과 충돌하는 장면에서
한국인의 자존심을 긁었다. 하지만 「폴링 다운」은 인종문제 영화도 아
니고 한국인을 깎아내리려는 영화도 아니다. 주목할 일은 이 영화가 담
아낸 도시 샐러리맨의 분노가 한국을 포함한 현대 자본주의 사회 시민
들에게 구구절절 공감을 줄만큼 보편성을 얻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저 「디펜스」라 불리는 30대 중반 사내(마이클 더글러스)는 찌는
여름, 자동차 운전석에서 최악으로 꼬인 처지에 놓인다. 직장에선 명예
퇴직, 아내에겐 이혼당했지만, 생일을 맞은 딸을 만나러 가야 한다. 도
로는 벌써 몇십분째 주차장처럼 막혀있고 에어컨은 고장나 땀이 비오듯
한다…. 그는 문을 박차고 밖으로 나온다. 전화 걸 동전을 바꾸러 들어
간 한국인 가게에서 『물건 안 사면 동전 못바꿔준다』는 말에 격분, 야
구배트를 휘둘러 가게를 쑥밭으로 만든다. 세상에 대한 분노가 폭발하
기 시작하는 순간이다.

이때부터 사내 앞을 가로막는 모든 것들이 광기어린 분풀이 대상이
된다.

얼결에 손에 넣은 기관단총까지 발사하게 되는 상황에 이르면 사내
는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넌다. 비현실적이고 작위적이지만 영화는 고
도자본주의 사회에서 존재가치를 점점 잃고 있다고 느끼는 모든 사람들
의 「가슴」과 「머리」를 지극히 영화적인 상상력으로 자극한다. 그리고
시스를 안긴다. 사람들은 사내의 소박한 꿈을 가로막아 엄청난
폭발로 내몬 현대사회모순들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폴링 다운」에는 사회적 메시지와 영화적 재미를 버무려내는 할리우
드의 저력이 있다. 비슷한 소재로 변죽만 울렸던 한국영화 「누가 나를
미치게 하는가」보다 이 미국영화에서 더 절절한 공감을 얻는다는 사실
은 오늘 우리 영화의 비극이다. < 김명환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