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황성준기자】 『나는 이제 회의적 관찰자일 뿐입니다.』 세
계적인 핵물리학자이자 저명한 반소 인권운동가였던 고 안드레이 사하
로프 박사의 부인 엘레나 본너 여사는 지난 3일 사하로프 박사 회고록
러시아어판 출판 기념회 식장에서 이같이 말했다.
사하로프 박사의 인권투쟁 동지이기도 했던 본너 여사는 지난 91년
『다 른선택이 없다』면서 에 대한 비판적 지지를 선언하고, 에
대해 회의적이었던 러시아 인권운동가들을 지지대열로 끌어 들였
다. 그러나 6년이 흐른 지금, 그녀는 에 대해 조그만 신뢰도 없다
고 말했다. 니제고라드주 유배시절 반소 인권운동을 전개했던 보리스넴
초프 신임 제1부총리에 대해서도 『민주화 운동 당시의 열정이 모두 사
라진것 같다』고 했다.
본너 여사는 8년전 미국에서 출판된 사하로프 박사 회고록 러시아어
판 출판을 위해 그동안 동분서주했다. 과거 동지였다가 진영에 합
류,고위인사가 된 인물들을 찾아 다녔다. 그러나 그 누구도 「약효가 떨
어진」 할머니에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그러다가 한 출판사 사장의
도움으로 이제서야 러시아어판 회고록이 빛을 보게 됐다.
본너 여사는 남편의 성을 따르지 않을 정도로 주관이 뚜렷했고 소심
한 성격의 사하로프 박사가 인권운동 대열에 뛰어든 것도 본너 여사의
강한 권고 덕분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하로프 박사 스스로 89년
12월 사망 직전 『그녀는 위대한 조직가이며, 나의 두뇌의 중심이었다』
는 메모를 남기기도 했다. 사하로프 지지자들도 『사실상의 리더는 본너
여사』였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 본너 여사는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거세게 흘러가는
러시아 정치를 그저 지켜보고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