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유력지인 르피가로지는 25일부터 27일까지 3일간 연이어 전
국고등학교 성적표를 발표했다.

합격자 명단 발표가 아니다. 전국에 흩어져 있는 인문-실업-전문 고
교를 총망라해 얼마나 좋은 학교인지, 실력으로 따져 앞에서 세어 몇번
째인지 등급을 매기고 있는 것이다. 이 신문은 그 순서에 따라 각 학교
를 지역별로 순위별로 일일이 명단을 실었다. 프랑스 특유의 대학 입학
자격시험인 바칼로레아 합격률을 공개하고 있는 것이다. 벌써 4년째다.
이것을 「팔마레스」(명부)라고 부르기도 한다.

또 이 나라 각 가정마다 거의 빠짐없이 보급돼 있는 을 두들기
기만하면, 이러한 내용을 금세 알 수 있도록 돼 있다. 을 켠 다음
3,6,1,5라는 네 숫자로 전화를 걸어서 화면이 나오기를 기다렸다가 코드
를 「EDUTEL」이라고 치기만 하면, 자신이 다니고 있는 학교 혹은 가고 싶
은 고등학교의 바칼로레아 합격률 그리고 이것이 그 지방에서, 전국적으
로 몇번째 순위인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이렇게 해서 순위가 매겨지는 학교가 인문-실업계 2천3백5개교 그리
고 전문고교 1천7백71개교다.

전국적으로 봤을 때 소위 명문 고등학교는 바칼로레아 합격률 100%를
자랑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그러나 대개는 80∼90%를 넘나드는 정도다.

바칼로레아 합격률이 50%를 넘지 못할 경우엔 『빨간 등을 켰다』고 표
현한다. 파리 한 복판에도 이렇게 「빨간 등」을 켠 학교가 적지 않다.
13구에는 심지어 합격률 16%에 턱걸이한 학교도 있다.

이러한 자료들은 단순히 각 고등학교의 서열을 매기자는 데 목적이
있는게 아니다. 1학년에서 2학년으로 올라갈 때 학업성취도가 어떻게 변
화하는지, 그리고 학교의 재량권에 따라 실시되는 고유한 교육 방법들이
어떤 효과를 내는지를 상호 비교할 수 있는 과학적 근거가 되는 것은
물론이다.

또 이것은 교육 소비자인 학생과 학부모가 상급학교를 잘 선택하자는
취지가 강하다. 국가는 교육정책 및 그 결과 그리고 개개 공교육기관의
현실과 교수법 등을 최대한 투명하게 드러내 보여주려고 노력하는 것이
다.

이곳에서는 언론들이 전국의 대학들은 물론이고 종합병원에 대해서도
「팔마레스」를 발표하는 경우가 종종있다. 이러한 일들에는 국립
(INSEE)의 자료가 제한없이 제공된다. 이를테면 교육정책의 개방화,의료
서비스의 개방화 등은 그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전제조건일 수도 있다.

평준화란 이름으로 모든 초-중-고교를 「하향 평준화」시켜버린 한국과
경쟁을 전제로 하는 프랑스의 교육방식 가운데 어느 것이 옳은지는 21세
기에나 가서야 밝혀질 것이다. 【파르=김광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