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서 내각제 공론화를 가장 먼저 제기한 이는 고문
이다. 그는 24일 염곡동 자택에서 기자들에게 운을 뗀 데 이어 25일
초청 특강에 참석, 자신의 입장을 공식화했다.

그는 『긴 안목에서 내각책임제를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
한 뒤, 내각제의 보편성에 대해 비교적 자세히 설명했다. 『국가에 대
한 위기관리 기능을 생각하면 대통령제가 우월하다. 하지만 이스라엘
은 5백만 인구로 2억의 중동과 대치하면서도 내각책임제를 실시하고
있다.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선진국도 내각책임제나 이원집정부제
를 채택하고 있다. 현행 헌법의 권력구조가 가장 이상적이냐에 대해
깊이 고뇌해야 한다.』단순히 이 말만 뜯어보면 누가 보더라도 철저한
내각제론자임에 틀림없다.

자민련의 주장과 별로 다를게 없다. 하지만 특강후 꼬치꼬치 캐묻
는 기자들에게 그는 『권력 집중의 문제를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
을까 하는 차원에서 꺼낸 원론적인 얘기』라고 비켜갔다.

그러나 극도로 민감한 내각제에 대해 이 정도 수위의 발언을 했다
면 그의 향후 전략을 상당부분 내비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는
지난 14일 권력집중문제에 대한 재검토 필요성등을 담은 자신의 「당
면정치 현안에 대한 입장」이 내각제로 연결되자 서둘러 진화했었는데,
열흘 남짓 지나 스스로 내각제를 조심스럽게 꺼냈다. 이는 그가 비록
느리긴 하지만, 내각제를 향해 한발 한발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
을 의미한다.

이고문의 한 측근은 『사실상 신한국당내 적지 않은 인사들이 내각
제를 내심 선호하고 있다』며 『이고문은 어쨌든 다수와 뜻을 함께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측근에 따르면 이고문이 당장 자민련 등과 연
계에 나서기 보다는 당내에서 내각제가 좀더 뜸이 들기를 기다리는
쪽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가 아직 내각제에 사활을 건 단계는
아닌 듯하다. 언제든지 내각제에서 발을 뺄 수 있는 여지는 두고 있
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