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으로 무채색이나 중간색이 주조를 이뤘던 한국인들의 집안
에 알록달록한 원색이 빠른 속도로 진입하고 있다.
앙증맞은 꽃무늬가 그려진 작은 분홍색 서랍, 빨간 체크무늬 소
파, 새파란 바탕에 금색 해와 달무늬가 새겨진 침장류, 색색의 유리
병…. 지난 21일개막, 25일까지 계속되는 「97 리빙디자인 페어」
에서도 제일 먼저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제품들의 화사한 색깔이다.
더불어 나타난 경향은 본격적으로 서양식 인테리어 분위기를 낼
수 있는 소품들이 부쩍 많아졌다는 것. 벽을 장식하는 갖가지 크기
의 그림액자, 디자인이 독특한 의자와 스탠드류, 문짝 두 개를 양쪽
에서 잡아 여는 작은 장따위가 대표적인 예다. 기본적으로는 신발을
벗고집에 들어가 방바닥에 앉는 좌식생활을 하면서도 부분적으로 주
생활의 서구화가 급속하게 이뤄지고 있는 현실을 보여준다.
개성적인 디자인에 기능성을 강화한 가구들도 많이 제시되고 있
다. 화장대가 달린 서랍장, 서랍장을 겸한 CD 수납장, 선반 겸용 거
울처럼 다용도로쓸 수 있다.
인테리어 관련 제품들이 소비자들의 수요에 재빠르게 대응하고 있
는 것과 마찬가지로 아파트의 공간배치도 좀 더 실용적으로 바뀌는
추세라고 전시기간 동안 무료 인테리어 상담을 담당한 김부곤씨(「액
시스」대표)는 전한다.
부엌 옆 다용도실에 설치되었던 세탁공간을 욕실 옆으로 옮겨,
옷을 벗어 바로 세탁기에 넣을 수 있도록 하거나, 거실을 사방에 흩
어져 개인 공간(방) 한쪽으로 몰아 공용공간(거실)과 분리한다는 식
이다.
이번 전시회 특별강연으로 24일 있었던 「내년도 경향」 강의에서
디자이너 뱅상 그레고아씨(넬리 로디사)는 『전원풍과 도시풍, 전통
적인 것과 미래적인 것, 단순함과 정교함, 한국적인 것과 서구적인
것이 적절한 융화-조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제까지 유행을 주도
했던 화려한 프랑스, 이탈리아식보다는 불필요한 과장을 배제한, 단
순하면서 편안한 북유럽 스타일이 각광을 받을 것이라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