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4호선 시단」의 시인 임영조, 김명인씨가 신작시집을 나란히
펴냈다. 임시인은 네번째 시집 「귀로 웃는 집」(창작과 비평사)을, 김시
인은 다섯번째 시집 「바닷가 장례」(문학과 지성사)를 각각 출간한 것.

「지하철 4호선 시단」이란 4호선이 다니는 과천, 사당동, 상계동에
뿔뿔이 흩어져 살면서, 사당동 전철역 부근의 방배동 풍물시장에서 정
기적으로 만나는 시인들의 모임을 일컫는 문단의 우스갯소리. 한때 사
당동일대에 거주하면서 빈번하게 술자리를 가졌던 문인들의 모임 「남사
당패」가 공간 개념의 동아리였다면, 지하철 4호선 시단은 선상의 관계
망을 형성하고 있다. 방배동에 사는 시인 황동규씨와 이번에 시집을 낸
임영조 김명인 시인들이 모임의 주축이다.

이 시인들은 격주에 한번꼴로 만나 술잔을 기울이거나 함께 하는 여
행을 통해 각자 여행시를 내놓기도 한다. 과천의 젊은 평론가 이광호씨,
상계동의 중진 시인 조정권씨, 시인-평론가 남진우씨, 중계동의 평론가
하응백씨 등이 모임의 지도부로부터 간혹 호출당해 지하철을 타고 사당
역까지 와서 판이 커지기도 한다.

「귀로 웃는 집」을 낸 임씨는 총신대역 부근에 집필실 「이소당」을 두
고있다. 이소당은 미당 시인이 부처님 귀같은 임시인의 귀를 보
고 내려 준 아호. 「혹시 그리운 사람 올까/ 가끔 귀 열어 놓는다, 허나/
허리 삔 바람소리 또 스산하니/ 문 닫고 귀로 웃는 집이다」(「이소당시
편·1」).

화장품회사의 홍보잡지를 만들던 직장을 그만두고 몇해전부터 전업
시인으로 나선 임씨는 문예창작과에서 강의하는 시간 이외에는
「이소당」에서 독서와 창작에만 몰두한다. 그는 온갖 욕망이 들끓는 도
시의 한복판에서 귀에 들려오는 세상의 소리에 웃음을 짓는다. 또 자신
의 집필실 「이소당」으로 놀러오라고 독자들에게 권유하기도 한다. 그의
시에서 「이소당」은 번잡한 세상 만사가 순하게 걸러지는 필터와 같은
공간이기 때문이다.

그의 시집에는 산행이나 곤충들의 미세한 세계를 관찰하는 시편들이
많다. 「내 가슴 어두운 방에/반딧불 하나 키웠으면 좋겠네」라는 시인의
소망은 무위의 걸음걸이로 한 세상 살다가는 것이다.

김명인씨의 시집 「바닷가 장례」를 지배하는 것은 바다의 장엄한 풍
경앞에서 삶의 근원적 의미를 찾아가는 시인의 내면의식이다. 동해안
바닷가에서 성장한 시인에게 바다는 낭만의 공간이 아니다. 그 바다는
노역의 현장이면서 구체적 삶의 냄새를 풍기는 곳이다. 나아가 그것은
인간적 삶의 왜소함을 여지없이 드러내 삶 자체에 대한 연민을 불러일
으키는 묘한 정서적 환기력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그의 시에 등장하는
바닷가의 빈집, 외딴 배 한척, 홍어찜 한 접시에도 인간의 근원적인 슬
픔이 배어있다.

그의 시들에 그려지는 이 세계의 풍경에는 「헤매온 죄와 건너지 못
한 병으로 가로막힌/여행길」에 끊임없이 서있는 시인의 고단함이 들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나를 통째로 바꾸지 않고는 내 시가 달
라질 것 같지 않다. 다시 긴 방황을 마련해야 하리라』라고 말했다.

시인의 제안으로 임시인과 김시인, 그리고 황시인 등 「지하철
4호선 시단」의 세 시인은 올봄 흐드러지게 꽃핀 길따라 어딘가로 훌쩍
여행을 떠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