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쇼프로그램 녹화나 생방송 현장에서 10대들이 분위기를 돋우려
고 흔히 뿌려대는 종이 조각들. 그 중에는 중-고등학교 교과서나 참고서,
공책을 찢어낸 것들이 많다. 22일 오후 6시 여의도 모 방송국 공개
홀. 인기 가수들이 출연하는 쇼프로그램 생방송에 10대 수백명이 환호
성을 질러대고 있다.

좋아하는 가수 이름을 쓴 플래카드, 울긋불긋한 풍선들, 스태프들
만류에도 아랑곳 없이 연달아 터지는 폭죽…. 대부분 교복차림.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고 주말 오전수업이 끝나자마자 달려왔기 때문이다.

1위 후보에 오른 댄스그룹 노래가 시작되자 여기저기서 색종이를
뿌려대기 시작했다. 엄밀히 말해 「색종이」는 아니다. 10대들은 잡지나
광고전단 따위를 엄지손톱만한 크기로 잘게 찢어 한움큼씩 던져댔다. 유
난히 흰 종이 세례가 머리위로 쏟아졌다. 한 조각을 주워 보니 수학방정
식이 비뚤비뚤 찢겨나간 교과서 조각이다. 교과서 한권은 족히 찢어냈
을 종이들이 가수들의 현란한 춤동작 앞으로 던져졌다.

『교과서를 찢으면 뭘로 공부하느냐』고 물었더니, 신사동에
서 왔다는 여중 3년생 답은 간단했다. 『공부 안하면 되지요.』 이 여학
생은 뭔가 이상하다 싶었던지 금방 『작년 교과서』라고 말을 바꿨다. 옆에
앉은 친구는 『나는 참고서만 찢어 던져요』라고 둘러댔다.

쇼핑백 하나 가득 잡지를 찢어온 다른 여중생은 『미리 준비해 오지
못한 아이들이 교과서를 찢어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학부모는 『학생에게가 장 소중해야 할 교과서를 찢는 철부지들
도 문제지만, 그런 10대들을 소도구 삼아 프로그램을 만들려는 방송국도
문제』라고 말했다. < 한현우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