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념 노동부장관이 18일 고건 총리에게 제출했던 사표가 하루만에
대통령에 의해 반려됐다. 『노동관계법을 고치는 과정에서 총
파업이 일어나 경제에 주름살이 잡히게 한 책임을 지겠다』는 그에게
대통령은 직접 전화를 걸어 『계속 맡아 달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진장관의 입에서 「용퇴」 의사가 처음 나온 건 올해 1월초였다. 신
한국당의 날치기 법률통과에 이어 노동계가 총파업의 기치를 높이 올
리던 시점이었다. 기자들에게 장관은 농담형식을 빌어 『그만 물러가
야겠다』고 했다.

『온 나라가 시끄러운데 어떻게 자리를 지키겠어. 실업자 생활도
그립고….』.

그때부터 진장관은 남몰래 주변을 정리해 왔다는 후문이다. 지난
5일 개각을 앞두고 부총리 영전설이 나돌 때 집무실에서 만난 장관은
의외로 책상위의 짐을 치우고 있었다.

『하루에 얼마씩 수출액이 손실인 줄 알아.일반회사 같으면 강제퇴
직 감이야. 그나마 명예퇴직 당하는 게 낫지. 누군가는 제단에 올라
가야 할 것 아닌가. 내 부하들 보고 책임지라 그럴까?』 그러면서 이
런 핑계도 댔다. 『한쪽 눈이 잘 안보여서 백내장 수술을 받아야 하는
데, 아직까지 미뤄왔어.』 그렇지만 개각때 그가 기대했던 「경질」은
이뤄지지 않았다. 며칠 후인 9일 노동부 실-국장들은 장관으로부터
식사초대를 받았다. 유임자축이려니 생각하고 나갔던 간부들은 뜻밖
의 말을 듣게 됐다.

『분위기가 꼭 이별주 나누는 자리더라고요.』 그 때 참석했던 한
간부의 얘기다.

10일 진장관은 「비보도」 전제 아래 다시 사임의사를 기자들에게
말했다. 『어제 집사람과 오랜만에 관악산 등산을 갔다 왔지. 정상쯤
올라갔을 때 그만 두겠다고 하니까 잠시 생각하더니 굉장히 좋아하던
데. 잘 생각했다고 칭찬도 받았어.』 기자들의 질문은 그러나 좀 짓궂
었다. 「 캠프에 합류한다는 소문이 들리던데」 「신임을 얻으려
는 제스처 아니냐」 「다음 정권때까지 일부러 실업자가 되려는 것 아
니냐….」 진장관은 이런 질문에 굳게 입을 다물었다.

그 후 노동관계법 시행령이 입법예고되면서 석달 가까이 끌어 왔
던 노동관계법 재개정문제는 노동계의 강력한 성명에도 불구하고 서
서히 가라앉는 분위기로 변했다. 8일 후 진장관은 국무총리를 찾아
두달전부터의 생각을 실행에 옮겼다. 19일 현재 아직 그는 집무실에
짐을 다시 풀어놓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 문갑식·사회부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