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리의 현실은 사회, 문학 등 모든 분야에서 한계에 부딪쳤
습니다.』.

올해 석좌교수로 임용된 소설 「토지」의 작가 박경리씨(70)
는 현실에 대한 비판으로 첫 강의를 시작했다.

12일 오후 국학연구원 207호 강의실. 강의가 시작되기 20
여분 전부터 20여명의 대학원생들이 자리를 잡았다. 학부생 청강생들
도 대가의 강의를 기다렸다.

강의제목은 「소설창작론」. 그러나 박씨는 3시간에 걸친 강의에서
소설창작기법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박씨는 『최근엔 창
작적인 생산이 멈춘 상태』라고 단언했다.

『소설은 창작이 아닌 복제품만 난무하고, 시도 삶의 본질과는 거
리가 먼 「취미생활」이 됐어요.』.

박씨는 이같은 사회현상이 『편리만을 추구하는 현대인들의 관념
때문에 빚어졌다』고 말했다. 편리는 분업을 낳고, 분업은 수많은 복
제품을, 그리고 살아있는 것과의 영원한 단절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해답으로 그가 제시한 것은 감성. 박씨는 『확실성에 매
달리기보다는 확대된 사고로 불확실성을 탐구할 수 있고, 생명과 교
감할 수있는 문학적 감성을 열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강의분위기는 전반적으로 차분했다. 열화같은 질문도 없었고, 격
렬한 토론도 없었다. 원로작가가 현실을 향해 퍼붓는 비판의 목소리
만 강의실에 울려 퍼졌다.

청강생 이모씨(20·여·국문과)는 『잘 포장된 상품을 베스트셀러
로 자리매김하는 현 시점에서 문학의 본질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