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30년 됐어. 이 길이 포장 안됐을 땐 고개를 넘어 벽제며 금촌,
문산까지 이 장 저 장 돌아다녔지.』.

5일장이 선 지난 3일 일산장 한모퉁이 식당 옆쪽에서 남궁영(71)
할아버지는 숫돌에 칼을 갈고 있었다. 칼을 팔기도 하고 갈아주기도
하는 그는 일산장의 터줏대감이지만 요즘엔 장에 나오는 것이 소일거
리 성격이 짙다. 그는 『놀면 뭐해. 건강에도 아주 좋아』라며 『요즘엔
손자뻘 되는 애들이 장에 나오지』라고 말했다.

장터 한쪽에서 닭이며 오리, 토끼, 오리알 등을 파는 한 장꾼은
십여 마리의 닭이 담겨있던 박스에서 두마리를 꺼내 감귤을 담던 포
장박스에 우겨 넣은 뒤 손님에게 준다. 한 마리에 1만5천원이란다.
강아지파는 할머니 곁에는 한 마리에 3만5천원짜리 강아지 십여마리
가 조그만 박스 속에서 곤한 잠을 자고 있었다.

일산신시가지 후곡 현대아파트에서 육교를 건너면 일산역. 역뒤로
조금만 나가면 일산종합시장 바로 앞쪽에 시골장을 무색케 할 정도로
왁자지껄한 일산 5일장이 펼쳐진다. 예전의 장은 종합시장옆 골목에
서 열렸으나, 이젠 신시가지쪽으로 조금 더 가면 나오는 6차선 도로
약 2백m를 따라 온갖 장꾼들이 몰려든다. 채소며 약초, 생선, 옷가지,
신발, 모자, 공구, 침구, 싸구려 비디오테이프와 카세트테이프까지
일산장에는 없는 물건이 없다.

1908년 경의선 개통과 함께 생겨난 일산장은 로 가는 교통편
이 쉬워지면서 위축됐으나 일산 신시가지 건설로 다시 붐비게 됐다.
백화점에 식상한 신시가지 주부들이 싼 물건도 고르고, 장터 구경도
할 겸해서 일산장을 찾게 된 것.

하지만 30년간 장사했다는 이분련(65)할머니에게 장사가 잘 되느
냐고 묻자, 『안돼』라며 목소리를 높인다. 『아주 불경기야. 재작년부
터야.』 도심속의 풍물장인 일산장은 오는 5월이면 사라질 운명이다.
장이 열리는 신310번 도로가 지하터널공사가 끝나면서 개통되기 때문.
성남의 모란장처럼 계속 존속시키자는 시민들의 건의에도 불구, 고양
시에선 법적인 문제때문에 구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