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기자」 필립 투생(39)은 어쩌다 한번씩 소설을 내놓
는다. 그러나 항상 주옥만 엮는다. 그의 작품마다에는 혼신의 결정
같은 것이 영글어 있다. 그는 조금씩 쓰는 스타일이다.
「누보 누보로망」의 향도라는 자리매김을 받았던 그는 85년 이후
「욕조」, 「씨」, 「사진기」 등을 내놓았으나 91년 「망설임」 발표 이후
잠잠했다. 그러다 근 6년만인 지난달 초 「텔레비전」을 냈다.
텔레비전 문명과 인간의 관계를 다룬 이 자전적 소설은 프랑스에
서 각별한 관심을 끌고 있다. 대표적인 신문, 잡지 10여 곳에서 투
생 특집을 대서특필 했을 정도다. 에서 태어난 작가를,
그가 대학을 파리에서 다녔다고는 하지만 현재도 브뤼셀에서 살고
있는데도 프랑스 문단이 이렇게 대접하는 것은 오로지 그의 문학적
성과를 높이 사는 이유일 것이다.
본보와 인터뷰를 위해 그는 지난달 21일 자기 집에서 만나기를
원했다. 그는 전화와 팩스를 겸한 번호만 가지고 있었다. 약속은 오
로지 팩스로 메시지를 주고받은 끝에 이루어졌다.
『왜 팩스를 선호합니까』라고 묻자 그는 『팩스는 조용하지요. 게
다가 작가로서 나는 분명한 문장과 그 뜻을 잘 헤아릴 수 있는 것을
좋아합니다』고 말했다. 전화 혹은 자동응답기에 대고 말하는 것은
취향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집에 있는 팩스도 신호음을 아주 작게 해놓았다.
그의 집에는 두살 밑의 아내 그리고 초등학교 고학년쯤 돼보이
는 큰 아들과 딸아이가 같이 살고 있다. 아내는 성큼 다가와 기자에
게 창밖에 펼쳐친 풍경을 자랑했다. 호수를 바라보는 3층 아파트는
길가의 차소리때문인지 그녀의 자랑처럼 고즈넉한 것은 아니었다.
투생은 자신의 문학적 특질처럼 글을 쓰는 스타일도 구도자의 수
행 모습을 닮고 있다. 글을 쓸때 하루 반장을 메우는 날이 허다하다.
『나는 소설을 쓰는 동안은 매우 엄격합니다. 일찍 자고 일찍 일
어나 낮 동안 10시간 가까이 일을 하지요. 하루에 A4 용지로 약 반
페이지, 많아야 한 페이지 정도를 메웁니다. 나는 매우 천천히 글을
씁니다. 대개는 일을 시작할 때 앞에 썼던 부분을 꼼꼼하게 다시 읽
는데도 시간이 적잖이 들어갑니다.』.
그는 조금씩 쓰고, 많이 고치는 작가였다. 3만명의 독자만 있으
면 행복하다고 느끼는 그는 천천히 호흡하며 길게 내다보는 눈을 가
진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