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월8일.
미 대통령은 대선 승리 후 첫 공식 기자회견을 가졌다. 선
거전 막판에 터져나온 민주당 전국위원회(DNC)의 정치헌금 스캔들이 자
연스럽게 화제에 올랐다. 대통령은 모범답안을 준비해 놓고 있
다.
『몇가지 실수가 있었던 것 같다』고 사과한 뒤 『그러나…』라고 토를
달았다. 『한가지 분명히 해두어야 할 것은 대통령과 민주당을 동일시
해서는 곤란하다는 점이다. 대통령 선거본부는 DNC의 모금 과정에 개입
하지 않았다.』.
말썽을 빚었던 아시아계 모금 담당자 존 황은 DNC에서 축출됐다.요
컨대 실무 모금 책임자의 「과잉충성」을 꾸짖는 선에서 사안을 마무리짓겠
다는 전략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이쯤에서 해결되기를 바랐던 스캔들
은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불거져 나오기만 했다.
침실에서의 1박, 대통령과의 커피 한잔, 골프 라운딩 등 대
통령과 접촉하는 기회가 10만달러 이상 정치헌금과 교환됐다는 의혹이 제
기됐다. 이 과정에 참모들이 개입했다는 징후들도 나타나기 시
작했다. 이쯤되자 은 「방어선」을 재조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마이클 매커리 대변인은 『대통령은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자신의 정
책을 설명하고, 또 그들의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 여러가지 접촉을 가졌던
것이 사실』이라고 전제, 『그러나 대통령은 이 모임들을 선거자금 모금차
원에서 활용한다는 의도를 전혀 갖고있지 않았다』고 강변했다.
측근 참모진들은 「대통령은 이같은 의혹이 제기되도록 일이 처리된
데 대해 매우 불쾌해하고 있다」는 설명들도 곁들였다.
그러나 최근 공개된 내부 문서는 어렵사리 구축했던 「클린
턴 보호막」을 부끄럽게 만들고 있다. 「고액 헌금자들을 침실에
숙박케 하는조치를 즉각 시행할 것. 10만달러 이상 헌금 후보자들의 명
단을 확보할 것」 등의 내용이 담긴 대통령 친필 메모가 나타난 것
이다.
참모들의 불찰에 화를 냈다던 대통령이 실은 자발적으로 선
거자금 모금에 개입했던 셈이다. 대통령 진영이 인위적으로 설
정했던 「적당한 선」은 거듭 무너져 내리고 있다.
양탄자 밑에 밀어넣어 두었던 「진실」이 자꾸만 고개를 쳐들며 백악
관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진실을 숨김없이 밝히는 것이 최선의 방어」라는 너무나 간단한 이
치를 정치인들은 좀처럼 납득하기 힘든 모양이다.
< 김창균·워싱턴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