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영씨 피격사건의 범인들이 또 다른 심부름센터를 이용하는 과
정에서 드러낸 몇가지 행적으로 범인들의 정체와 범행 성격이 더욱 뚜렷
해진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경찰은 제2심부름센터의 발견으로 이씨에 대한 범행이 고정간첩 또
는 한국내 연락책이 낀 간첩소행이라는 심증을 더욱 굳히고 있다.
우선 경찰은 이번에 범인들이 보인 몇가지 행적으로 범행동기가 명
확해졌다고 보고 있다.
즉 당초 거론됐던 황장엽망명사건에 대한 보복이라기보다
는 이씨의 책 「대동강 로열패밀리, 잠행 14년」에 대한 「응징」 차원에
서 범행이 저질러졌다는 것이다.
경찰의 이같은 판단 근거로는 먼저 범인들이 D심부름 센터에 주문
을 낼 때 『62년생 전후이고, 93년에 부도가 나 구치소에 수감됐으며
수인번호는 「1421번」』이라고 말한 점이다.
범인들이 이씨에 대한 정보로 제시했던 이 자료는 바로 이씨의 책
313쪽 「자본주의 밑바닥, 1421 수번의 감방생활」 부분에서 그대로 인용한
것이다.
하지만 경찰은 범인들이 수인번호를 정확히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
고 심부름센터에 문의할 때 두차례나 「이한영」을 「이한용」으로 호칭한 점
으로 미루어 제3의 의뢰인을 시켜 심부름센터에 전화를 걸어왔을 가능성
도 염두에 두고 있다.
경찰은 또 이 책 자체가 증오의 대상이 됐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
김정일의 사생활에 대해 직격탄을 쏜 책의 내용을 북한 수
뇌부에서 인내하기 힘들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황의 망명 훨씬 전인 지난 1월말부터 이씨의 주변을 조여갔고, 김
정일 생일 전날인 지난 15일 테러를 감행했다는것이다.
경찰은 범인들의 숫자에 대해서도 3명 이상일 것이라고 보고 있다.
범인들은 지난 2월5일 K용역 심부름센터에서와 마찬가지로 D용역에
대한 의뢰과정에서도 전화, 송금 등을 조직적으로 나누어 행동했던 것으
로 드러났다.
범인들이 간첩일 것이라는 경찰의 판단에는 조직적이지만 서투른
범인들의 행동도 근거로 제시되고 있다.
범인들은 은행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30만원 이상이면 주민등록증을
제시해야 하는 점을 모르고 40만원을 한꺼번에 입금하고 가짜 주민등록증
을 제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입금표 작성시 굵은 선 내부만 기재하지 않고 빽빽이 모든 공란
을 채우는가 하면, 번호표를 빼고 기다려야 하는 것을 모르는 등 일상생
활에 익숙하지 못한 점을 많이 드러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