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국가와 민족의 역사적 생성과정을 읽을 수 있는 문화유산은 현
금이나 유가증권보다 더욱 소중한 것이다. 그리고 문화유산은 종교와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다. 우리 민족은 생사일여의 불교사상이 있었
기에 불국사와 , 을 만들었고 충효일여의 유교사상이
있었기에 종묘를 세웠다. 이같은 정신적 신앙의 뒷받침으로 이들 문
화유산은 근래 에 의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받게 된 것이다.
과거 군사정권 시절 에서 을 관리하는 장주 소임
을 맡은 적이 있었다. 당시 고위층의 지시로 7억원의 예산을 들여 대
장경을 옮기려고 현대식 시멘트건물을 신축했지만 실패하여 그 건물은
지금선방으로 사용하고 있다. 또 근래 발생한 고속전철 경주 통과, 가
야산 골프장 건설, 정선 정암사 개발, 동해 삼화사 석탑 붕괴위기 등
일련의 사건들을 돌이켜 볼 때 산업화, 개발, 재정확보 등의 경제논리
에 밀려 민족의 문화유산을 경시하는 풍조와 관습은 참으로 개탄스러
운 일이다.
지난해 6월 일본 닛꼬시의 윤왕사에서 「산악신앙과 불교」라는 주
제로 열린 제17차 한일불교문화교류대회에 참석했다. 그때 윤왕사에서
닛꼬시를 연결하는 직선도로를 확-포장하는데 도로 중간에 서있는세
그루의 고목을 보존키 위해 닛꼬시의 시민들이 소송을 제기해 3년여만
에 결국 우회도로를 만들도록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몇달 전 6.25때 개성에서 피란하여 가회동에 살고 있는 명
문가의 후손을 찾은 바 있다. 그 부모님은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가
구와 집기, 소장품을 항상 손질하면서 전쟁과 난을 겪으면서도 조상의
숨결이 깃든 것들을 보존한 데 자부심과 긍지를 갖고 계셨다. 그러나
후손은 핵가족화에 따라 강남의 맨션에 살며 모든 가구가 외제로 바뀌
고 편리한 삶을 추구하고 있었다.
부처님께서는 「제행무상, 시생멸법」이라고 하셨다. 이는 모든 행
이 덧없으며 이것이 죽고 사는 법이라는 뜻이다. 육신이 죽고 사는 법
을 초월하여 정신세계가 만든 문화유산이야말로 우리가 영원히 간직해
야 할 살아있는 보험증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