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경=박승준기자】등소평(덩샤오핑) 사후
중국 권력 기상도를 짐작해 볼 수 있는 첫 공식행사가
3월1일 북경(베이징)에서 열린다.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제8기 5차대회다.
지난 93년에 첫 회의를 개최한 8기 전인대의 마지막
대회다. 내년 3월에는 제9기 1차 전인대가 구성된다.
이번 전인대는 당초 「결정할 특별한 이슈가 없는」
대회였다. 그러나 등소평이 사망함에 따라 혹시라도
등 사후 중국 권력구도 변화를 점쳐 볼 수 있는 결정이
내려지지 않을까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
전인대는 우리의 에 해당한다. 각종 법률안을
심의 제정하고 국가주석 총리 부총리 등
행정부고위직의 인사를 최종 승인하는 권한을
갖고있다.
전인대의 별명은 「고무도장」이었다. 중국공산당
정치국에서 논의해서 넘겨준 안건을 무조건
통과시키는 기구라는 뜻이었다.
그러나 지난 93년 교석(차오스)가 상무위원장(의장)을
맡으면서부터 달라졌다. 부총리임명동의안에 30가
넘는 반대표가 나오기도 하고, 지방에서는
중국공산당위원회가 추천한 후보가 낙선되는 일도
벌어지고있다. 회의에서 행정부인 국무원의 잘못된
조치를 비난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런가 하면
교석은 회의장을 돌면서 『전인대의 투명도를 높여야
한다』든가 『의사진행을 민주적으로 해야한다』면서
대표들을 부추겨서 반대투표와 행정부 비난 발언을
유도, 국무원과 당의 독주를 견제하는 기능을
조금씩 싹틔우고 있다.
이런 일들은 모두 상무위원장인 교석이라는 사람의
무게때문에 가능해진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89년
천안문사태 당시 교석은 중국공산당의
핵심지도부인 5인의 정치국상무위원회(현재는 7인)의
멤버였으며, 현 당총서기인 강택민(장쩌민)은
상해(상하이)시 당서기에 불과했다. 천안문사태로
당시 조자양(자오쯔양)당총서기가 실각하자, 새
당총서기 후보리스트는 1위 교석 2위 이붕(리펑)으로
돼있었다. 그런 교석이 지난 93년 총서기 대신 전인대
의장이 되자 자신의 권력기반 유지를 위해 전인대가
행정부와 당의 결정사항에 반대의견
을 내놓을 수 있도록 막후 분위기조성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전인대에서 주목해야 할 가장 핵심 사항은
이붕총리의 자리 이동 여부. 지난 93년 제8기1차
전인대에서 총리로 임명된 이붕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이다. 따라서 이붕총리가 이번 전인대에서
어떤 자리로든 옮겨가면 이는 이붕총리의 실각을
뜻하는 것이라고 외교소식통들은 해석했다.
소식통들은 『강택민과 교석 그리고
만리(완리) 전 전인대의장과
양상곤(양상쿤)전국가주석 등 원로들은 등사망을
계기로 불거져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천안문사태에
대한 재평가 요구를 사전에 잠재우기 위해 강경진압
주역인 이붕을 일선에서 후퇴시키기로
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고 전했다.
전인대에서 나타날 교석의 거취와 발언도 커다란
주목거리다. 교석은 천안문사태당시 5인의
정치국상무위원들 가운데 사태의 강경진압을 논의한
회의에서 기권표를 던졌었다. 당시 이붕과
요의림(야오이린·사망)은 찬성, 조자양과
호계립(후치리)현 전자공업부장은 반대, 교석은
기권함으로써 1차회의에서 결론을 내리지 못했었다.
교석의 그런 행동은 중국지식인 사회에 널리
알려져있으며, 등사망을 맞은 현 정국에서 교석이
영향력확대를 위한 돌출발언과 돌출행동이 벌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인 것이다.
이붕총리나 교석의장에 대한 특별한 조치나, 이들의
돌출발언이 없다면 강택민-이붕-교석 사이의 견제와
균형에 의한 현재의 집단지도체제가 일정 기간은
유지될 것이란 예측이 가능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