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처녀가 방송에서 성을 얘기하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 아직 시
기상조인가. 케이블 여성전문채널 동아TV(채널34)의 「남과 여 그리고 성」
에서 남자들도 얼굴을 붉히는 성 관련 궁금증을 풀어주던 「처녀MC」 이종
은이 최근 도중하차(?) 했다.

이종은이 『재방송 때문에 요즘도 이 프로를 계속 맡고 있는 줄 아는
분들이 많다』며 털어놓는 사퇴의 변은 『주위의 이상한 시선을 견뎌낼 수
없었다』는 것. 성의 담론화에 대한 우리 사회의 시각을 읽게 하는 대목
이다.

『집안에서만 난리난게 아니었어요. 평소 연락이 안되던 대학동창들까
지 전화를걸어 「너 재미있는 프로그램 한다며?」하고 놀리는 거예요. 「처
녀는 성프로그램을 맡으면 왜 안되느냐」는 오기로 온갖 외압(?)을 버텼
지만, 「오빠 혼사길까지 막으려느냐」는 집안의 마지막 호소엔 두손 들었
어요.』.

하지만 4개월 동안 진행을 맡으며 재미난 일도 많이 겪었다. 부부를
초대하는 코너에선 젊은 여성들이 남편들보다 훨씬 적나라하게 자신들의
성생활을 공개, 제작팀의 자체 검열에서 「방송 부적격 발언」으로 잘리는
해프닝이 비일비재 했다는 것. 그는 『심지어 「아무데서나 부부관계를 갖
는다」면서 구체적인 장소까지 말하는 출연자 때문에 당황한적도 있다』며
웃었다.

『탤런트 금보라씨도 고정게스트로 나와 경험담을 솔직히 들려줘 인
기를 모았어요. 그런데 남편이 우연히 프로그램을 보고는 펄쩍뛰는 바람
에 출연을 못하게 됐지요. 씨가 바통을 이었는데, 첫 녹화장에서
적나라한 용어들이 난무하는걸 듣고는 너무 놀랐는지 그냥 제 얼굴만 쳐
다보더라구요.』.

그는 『발기-조루-성병 등 젊은여자가 공개석상에서 입에 담기 거북한
단어를 거리낌없이 내뱉는 저를 쳐다보던 씨의 표정을 잊을 수 없
다』며 『그러나 진행자가 부끄러워하면 초대손님들은 더욱 몸을사리기 때
문에 적극적으로 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종은은 『짧은 경험이었지만 대부분의 여성들이 성에 대해 무지하다
는것을 절실하게 느꼈다』며 『성에 대한 지식을 알거나 말하는 여자는 무
조건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는 우리나라 남성들의 완고한 보수성은 고쳐
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