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웬만한 음식값은 국민 소득 5만달러 나라 수준이다. 고기
몇점 굽는 1인분이 1만8천원에 이르고, 초밥 한접시에 1만원이 훨씬 넘는
밥값은 매일 「오늘은 무얼로 때울까」 고민하는 직장인을 초라하게까지 만
든다.

그런 에서 11가지, 12가지 반찬을 놓고 5천원, 7천원에 「한정
식」을 먹을 수 있는 식당을 발견하는 것은 기쁨이다. 슈퍼마켓 선반의
호박 하나가 1천5백원을 웃도는 요즘 18가지 반찬 놓고 7천원이라는 것은
기적에 가깝다고 해도 과장이 아닐 것이다.

『새벽 다섯시에 경동 시장에 나갑니다. 신선하고 값싼 야채를 사
는 게 관건입니다.』 『재료비가 음식값의 30% 정도를 차지합니다. 맛으로
승부해서빈 자리를 줄이는 게 싼 값에 반찬 많이 내놓을 수있는 비결이에
요.』.

땅값 비싸기로 유명한 강남에도 이런 식당이 있을 수있는 이유를
식당 주인들은 「변치 않는 맛」과 「박리다매 정신」으로 설명한다. 값싼
한정식이 흔히 백반이라고 부르는 메뉴와 다른점은 반찬 종류와 가짓수다.

찌개에 나물, 김치 몇가지가 백반이라면 이들 「한정식」은 잡채라든
가 생선구이라든가 하는 「요리」를 한두가지 이상 갖추고 있다는 게 차이
다. 서너가지 나물과 조림, 무침 등 밑반찬이 꼭 있다. 고급 한정식과
는 물론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간혹 장조림을 내놓는 집이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쇠고기를 발견하
기 어렵다.

『수입 쇠고기를 쓰면 그 가격에 못맞출 것도 없지만 요즘 손님들은
굳이 고기를 찾지 않는다』는 게 주인들 이야기다.

동물성 단백질을 취할 수 있는 메뉴로 가장 많이 등장하는 것이 생
선 조림과 구이. 꽁치나 고등어, 청어 등 등푸른 생선과 무를 함께 조
린 것이 입맛을 끈다. 두부 구이와 감자 조림, 어묵 조림도 단골.

돌나물, 냉이, 취 등 요즘 나오는 나물 무침이 꼭 끼고 미역 무침,
연근 조림, 버섯 볶음, 우엉 조림, 도라지 생채 등 손이 많이 가는 반찬
들을 맛볼 수 있다.

옛날 하숙집 밥상처럼 「그린 필드」라고 볼 수도 있지만 역설적으로
요즘 유행하는 건강식을 닮아있기도 하다.

남는 음식을 또 내놓지 않을까하는 걱정을 의식한 듯 식사가 끝나
면 손님 보는 앞에서 남은 음식을 한데 모아 내가는 곳이 대부분이다.

◇순천식당(구반포 02-534-8184/신사동 02-515-2073).

금싸라기 강남땅에서 5천원, 6천원에 반찬 11가지 넘게 나오는 간
이 한정식을 내놓아 인기다. 구반포는 형님이, 신사동은 아우가 한다. 집
에서 담근 된장으로 끓이는 된장찌개가 일품이며, 전라도식 짭짤한 반찬
들이 한상을 메운다. 파래 무침과 꼬막 무침, 취나물, 조기 구이 등에
미역국 등이 따라 나오고 후식으로 수정과까지 깔끔하게 마무리해낸다.정
식은 구반포가 6천원, 신사동이 5천원.

이것만으로는 좀 허전하다 싶으면 주꾸미 구이 정식이나 낙지 볶음
정식(각 8천원)도 권할만하다. 정식과 똑같은 상에 이들 음식을 곁들인다.
주꾸미는 오징어보다 부드러우면서 쫄깃쫄깃한 살이 일미다.

◇진미옥(경찰청 앞 739-1807).

한정식집들이 몰려있는 경찰청 앞 골목 깊숙이 들어앉아 있지
만 인근 종합청사에 근무하는 공무원 등단골로 늘 자리가 차는 집이다.점
심, 저녁 모두 7천원에 18가지 반찬을 한상 가득 차려낸다. 시금치 고비
등 세가지 나물과 연근 멸치 우엉 조림, 꽁치 무 조림, 미역무침, 청포묵
무침, 밀전병등이 기본적으로 나오고, 계란찜과 모듬튀김이 제일 인기 메
뉴다. 솥에 누룽지를 눌러서 숭늉과 끓인 누룽지를 내준다. 커피 또는
생강차로 마감.

『가락시장과 중부 시장, 경동 시장을 돌며 값싸고 좋은 물건을 받
아오는 것이 음식값을 낮추는 비결』이라고 주인은 말한다.

◇민속촌(일산 풍동 0344-905-9344).

두부구이 감자조림 쇠고기 장조림 돌나물 무침 무생채 깍두기 미역
무침 연근조림 고추 부각 게무침 오징어젓 물김치 숙주나물 느타리버섯볶
음 부추전 야채튀김 묵무침 된장찌개등 20가지 반찬이 나오는 정식이 7천
원. 옛날 잔칫집처럼 빈 방에 자리잡고 앉아 음식을 주문하면 떡 벌어
진 교자상을 청년들이 귀퉁이를 붙들고 방으로 들여온다. 특별히 손맛이
깊은 것은 아니지만 깨끗한 것이 두드러진 특징. 쇠고기(1만1천원) 돼지
고기(8천원) 숯불구이를 따로 주문할 수도있다.

◇창이네(삼선교 924-0992).

성북경찰서 건너편 뒷골목에 숨어있는 이 집은 외양도 허름하고 반
찬도 소박하지만 주인 아주머니가 직접 손보고 담은 된장맛에 끌려 찾는
단골이 많다. 시래기 국에 고등어 조림, 동치미 무를 썰어 무친 짠지,
약간 시큼한 김치…. 그 옛날 집에서 별 준비없이 차려내던 검박한 밥상
을 그대로 닮았다. 3천5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