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경=여시동기자】 북한의 황장엽 깎아내리기가 본격화되고 있다.
「갈테면 가라」는 북한 외교부 대변인이 17일 기자질문에 답변하는 형식
을 빌려 황비서를 「변절자」로 규정하고 「갈테면 가라」고 한 다음부터다.

황씨를 수식하는 형용사가 바뀐 것은 주중 한국대사관 영사부 건물
주변을 감시하고 있는 북한 요원들의 말투에서부터 나타났다. 처음 사
건이 발생했을 때만 해도 한국을 격렬히 비난하며 황씨에 대해선 「그럴
리없다」 「남측이 납치해간 것」이란 태도를 보이던 북측 요원들의 태도
는 시간이 흐르면서 황씨에 대한 비난으로 바뀌었다.

이어 18일 중국외교부 브리핑장에 나타난 북한기자들은 황비서를
「비열한인간」이라고 비난했다. 이날 오전엔 북경(베이징)지국
에 황씨를 비하하는 내용이 포함된 익명의 팩시밀리가 들어오기도 했다.

「현지에서 J」라고만 밝힌 이 팩시밀리엔 황씨의 수양딸 박모씨가 황
씨의 지위를 이용해 북한과의 교역을 할 수 있게 된 경위와 황씨 망명
을 전후한 며칠간의 행적을 적은 뒤 황씨를 「변절자」로 비난했다.

팩스 내용 가운데엔 황씨를 한국으로 데려가려는 한국 모기관의 공
작에 박씨가 이용당했다고 주장하는 내용도 담겨 있었다.

황씨에 대한 비난은 요원들이나 기자들에 국한되지 않고 공식적인 반
응으로도 나타나고 있다.

스위스 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 참석한 뒤 귀국길에 북경에
들른 김정우 북한 대외경제협력추진위원장이 18일 일본 경제인과 만난
자리에서 황씨를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이라고 비판한 것. 김은 하야카
와 일본 아시아금융투자회사 사장 등을 만난 자리에서 『황씨에 대한 망
명은 이미 결정된 사항』이라고 말한 뒤 『나라가 곤경에 처했을 때 인민
을 배반한 황의 행위는 매우 유감이며 용서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
는 또 『황은 개혁파가 아니며 우리는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에 관심 없다』
고 말하기도 했다.

북한 요원들의 황씨 깎아내리기에 대해 북경 외교 소식통들은 북한이
황씨 망명을 되돌이킬 수 없는 사태로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됐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한 소식통은 『어차피 되돌아올 사람이 아니고 또 한국
으로 가게될 경우 북한 체제의 모순을 지적하게될 것이 너무도 명백해지
자 비난을 시작한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