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영씨 피격사건을 계기로 드러난 남한내 고정간첩들의 숫자와
실태는 어떠한가.

귀순한 황장엽 북한노동당비서는 「남조선에서 암약중인 북조선 고
정간첩은 5만명 정도이며 여권 핵심권에서까지 활동하고 있다」고 증언했
다.

국내 공안전문가들의 분석은 수천∼6만명선으로 엇갈린다.

북한의 대남공작사업에 밝은 한 귀순자는 『북에 있을 때 고위간부
들이 남한 최고위층에서 일어난일을 12시간만에 보고받고 있다는 이야기
를 들었다』고 말했다.

또다른 귀순자는 『언젠가 남쪽에서 「청년전위」사건으로 1백80명 정
도가 검거됐다는 보고가 올라온 적이 있다』면서 『이때 노동당 작전부장
오극렬이 김정일에게 이 사건을 보고하면서 「이번에 적발된 조직은 새발
의 피」라고 말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이는 고정간첩의 규모가 예상외로 크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고
첩의 활동상은 다양하다. 이선실은 80년대 재야운동권은 물론, 정치
권-대학가 등을 휘젓고 다녀 소위 핵심운동권에서 이 「할머니」를 모르면
간첩일 정도로 활동반경이 넓었다.

50년대 태백산에서 빨치산활동을 하다 월북, 70년 북한에서 여맹위
원을지낸 이선실은 국내에서 무려 12년간암약하다 90년10월 평양으로 무
사귀환, 김일성으로부터 「조선인민공화국 영웅」 칭호를 받았다.

안기부 수사결과 이가 머물던 대방동 집에는 남파간첩들이 몇명단
위로 최대 3개월까지 머물렀던 것이 나중에 밝혀지기도 했다. 국내체류
고첩이 남파간첩의 거점이 되고 있음을 말해준다. 이를 통해 북한에
전달됐을 정보의질과 양을 짐작키는 어렵지 않다.

작년 검거된 무하마드 깐수(정수일)의 경우 대학가 활동상은 물론,
대통령선거 동향 등 국내 정치권의 중요 분석정보를 정기적으로 중국을
통해 팩시밀리로 북한에 전달했음이 밝혀졌다.

93년도에 붙잡힌 김현희를 미행한 고정간첩은 김이 교회에서 간증
하는 사진, 차량번호 등 중요정보를 확보하고 있었다고 한다. 95년 부여
에서 고정간첩을 데리고 월북하려다 부여에서 붙잡힌 남파간첩 김동식은
고성능 컴퓨터가 부착된 무전기 15대를 소지하고 있다가 적발됐다.

공안당국의 한 관계자는 『이는 김이 비트를 통해 15군데의 고첩망
에 이를 전달하려 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김은 당시 『재야운동권들이 「북에서 온노동당 연락원」이라고 하면
우리를 신고하지 않을 것』이라고 증언해 충격을 주기도 했다. 김동식을
통해서는 국내 고첩들의 연락거점인 「비트」의 변화가 밝혀졌다.

우선 김이 활용한 비트의 장소는 ▲ 낙성대 옆 ▲우면산 ▲우
이동 ▲도봉동 등 네 곳으로 각 비트에서는 수류탄 네 발씩과 이번 이씨
피습에 사용된 브라우닝 권총, 달러, 실탄 등이 발견됐다.

이는 그 이전 비트가 주로 도심에서 1백㎞이상씩 떨어진 시골
의 숲속에 있었다가 이제는 버젓이 도심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그간 우리의 안보네트워크에 얼마나 구멍이 뻥 뚫려있었는지를 증
명해 주는 증거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