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김효선·재불 큐레이터】 지금 파리 튀를리공원내 주 드 폼
므 국립미술관 전시장 입구에는 천장에서 길게 늘어진 흰색 회색 붉은색
의 막대기 사이를 누비며 뛰노는 아이들로 소란스럽다.
최근까지 「영국조각 100년전」, 「안토니 타피에스전」 등을 기획해온
이 미술관의 권위와 명성으로 볼 땐, 당연히 아이들을 말려야 할 경비원
들도 미소를 머금고 바라보기만 한다.
사실 소란함은 아이들의 웃음소리 때문이 아니라 금속이나 플라스
틱 막대기들이 부딪치는 소리와 변형돼보이는 색채의 환상성 때문이기도
하다. 작가는 바로 이같은 효과를 노리고 있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과천 현대미술관 입구 왼쪽에서도 비슷한 광경을 연출
하고 있는 이 같은 작품의 주인공은 바로 움직임을 가장 큰 미학적 요소
로 삼았던 키네틱 아트의 선두주자인 베네수엘라 출신의 예수 라파엘 소
토(74). 지금 파리 주 드 폼므 미술관에선 「소토 회고전」(1월7일∼3월
9일)이 열려 그의 대표작 1백여점이 선보이고 있다.
소토는 1953년 베네수엘라 미술학교를 졸업한 후 계속 파리에 머물
면서 64년 베니스 초대전, 74년 뉴욕 미술관 초대전과
작년 상파울루 초대전 등을 가져 국제적으로 활동영역을 넓혀왔
다.
1955년파리의 드니즈 르네 화랑에서 칼더, 마르셀 뒤샹, 바자렐리
등과 함께 키네틱아트(움직이는 조각)의 출발점이 된 「움직임」전에 참여
한 소토는 플랙시글라스를 재료로 한 작품을 출품하면서 서구화단의 주목
을 받기 시작했다.
예술작품의 조형적 투명성에 대한 관심을 처음으로 표출한 그 전시
이후로 소토의 작품은 끊임없이 작품의 1면, 2면 그 다음 면 등에서 색채
나 형태가 서로를 관통하는 투명성을 강조해 왔다.
또 천장에서 길게 내려 설치한 작품들 속에서는 관객이 직접 참여
함으로써 작품자체와 관객들이 관통하게 만들었다.
아울러 대개의 키네틱아트 작가들은 작품자체 안에 모터나 전기,
자석 등을 사용해 작품전체나 부분이 움직이게 했지만 소토는 관람객들이
작품의 앞-뒤-좌-우로 움직여 얻을 수 있는 착시효과, 그림 속에 가느다
란 막대기들을 평행으로 배치해 놓고 관람객이 입김으로 훅 불어 막대기
들의 잔물결과 그 뒷배경의 색채, 그리고 실의 색채가 함께 어우러지는
환상성을 즐길 수 있게 만들고 있다.
구성주의 작가들이나 등의 전통을 거슬러 올라갈 때 소
토의 모던성은 다른 곳에 있다.
앞에서 말한대로 명백히 주어진 공간에서나 작품앞에서 관객의 움
직임이나 참여를 통해 자아낼 수 있는 신기루같은 아름다움은 때론 시적
이며 음악적이다.
그의 작품앞에서 그 옛날, 저녁이면 카페에서 능숙하게 기타를 연
주했다는 음악가적인 그의 모습을 상상해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이 전시는 파리 이후, 독일 스페인 노르웨이 를
거쳐 마지막으로 에서 전시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