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사건이 터지면서 현 정계와 정부의 지도층 인사들간에 유치한 발뺌
경쟁이 연출되고 있다. 특히 측근 또는 가신이었다는 사람들의 책임회피
는 실로 가관이 아닐수 없다. 자기 혼자 살기 위해 다른 측근과 가신을
헐뜯고 중상모략까지 하는 모습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 여당 의원은 전화를 걸어와 『힘깨나 쓰는 중진들이 나를 포함한
몇몇 신예 의원들을 속죄양으로 삼기 위해 집중적으로 루머를 퍼뜨리고
있다』며 흥분했다.
이는 소위 「상도동 가신」과, 문민정부 출범과정에서 나중에 끼여든 「측
근들」 사이에도 갈등이 있음을 암시하는 불평이다.
지난 95년 당진제철소 준공식에 대통령의 참석을 누가 권했느냐
를 놓고 벌이는 설전은 낯뜨거울 정도다.
차관(당시 의전담당 비서관)은 『당시 장관이 참석
을 권했다』고 말했다가, 잇달아 발언을 번복하는 소동을 빚었다.
김차관은 한때는 『경제 수석실(당시· 수석)에서 권유한 것같다』
고 말했으나, 당시 경제수석실 관계자들은 『누굴 죽이려고 그러느냐』고
펄쩍 뛰고 있다.
누군가가 대통령에게 당진제철소 준공식에 참석을 권유한 사실은 분명
한 마당에, 아무도 『내가 권했다』고 나서는 사람은 없는 현실이다. 그렇
다면 유령이 권했다는 말인가.
물론 대통령이 제철소같은 대형 프로젝트의 준공식에 참석하는 것은 전
혀 부끄러운 일도 아니고, 오히려 산업계 사기진작을 위해서는 대통령의
참석은 측근들이 권유할 만한 사안이다.
그런데도 막상 문제가 되자 측근들이 『나는 아니야』라며 발뺌에 급급한
모습이다.
「가신중의 가신」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믿어왔던 의원 마저 자신
을 「깃털」이라고 격하했으니, 진짜 책임질 만한 측근은 누구인지 국민들
은 알수 없게 돼버렸다.
대통령의 측근이나 가신들은 4년전 문민정권을 출범시켰던 공신들이고,
지난 4년간 현정권 아래서 주요 배역을 맡아온 인물들이다. 그런데도 자
신은 엑스트러급 배우라고 우기면서 상대방에게 손가락질을 해대는 꼴이
다.
이처럼 아무도 책임지는 측근이 없어 모든 화살이 대통령에게 직접 쏠
리고 있다는 반성도 여권내에서는 나오고 있다고 들린다. 이런 사람들을
참모나 측근이라고 믿어온 사람만 안타까울 뿐이다.
< 강효상·경제과학부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