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그룹 총회장과 의 「샅바싸움」에선 정 총회장이
이겼다.

은 한보의 특혜대출이 있기까지 정-관계의 「외압」이 있었
는지가 핵심의혹인 만큼 정 총회장의 진술에 수사의 성패가 달렸다
고 판단, 조기에 승부를 걸었다. 그러나 한두 번도 아닌 세 번째
조사를 받는 정 총회장도 을 너무나 잘 아는 만만찮은 상
대였다.

30일 오후 운동화를 신고 출두한 그는 눈을 내리깔고 입술을
굳게 다물어 다부진 각오를 보여줬다. 청사 11층 특수조사실
에 올라가서도 그의 모습은 변하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항소심에
서 전대통령에게 뇌물을 준 혐의와 실명제 위반 혐의에 대
해 각각 면소와 무죄판결을 받아낸 그다. 그래선지 정 총회장의 태
도는 마치 『해볼테면 해보라』 는 듯 했다고 관계자는 말했다.
4백73억여원의 수표를 부도내고 한보금고에서 부정대출한 혐의에
대한 조사는 그가 쉽게 시인해 싱겁게 끝났지만 그후 그의 입은 좀
체 열리지 않았다.

신문을 맡은 박상길 수사2과장과 김진태 검사가 그동안의 수사
결과나 정보를 근거로 로비의혹에 대해 추궁해나가자 그는 아예 눈
을 감았다고 한 관계자는 전했다. 가끔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라
고 간단히 말할 뿐이었다는 것. 쪽이 자료를 들이대며 언성이
높아질라치면 『그럼 수사해서 밝히면 될거 아뇨』라고 맞받기도 했
다고 한다. 시간이 지나자 두 번째 만나 친숙한 김 검사 등에게 그
는 『수서사건때도 설 전날 구속됐는데 나는 왜 설밑만 되면 일이
꼬이는지모르겠다』며 한숨을 쉬었다고 수사관계자들이 전했다.

저녁이 되자 정 총회장은 『늘 먹던 것을 먹지 않으면 안된다』
며 집에서 가져온 음식으로 식사했다. 밤이 되자 그는 또 『건강이
좋지 않아 조사받기 힘들고, 잘 시간에 자야 한다』면서 쉴 것을 요
구했다. 이 때문에 은 하는 수 없이 오후 9시가 넘어 더이상
신문을 하지 않고 첫날 조사를 끝냈다. 관계자는 『74세 노인
피의자에게는 건강문제도 무기중 하나』라면서『그의 태도로 봐서 출
두 전 변호사와 수사에 임하는 전략을 세운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게 아직 승부의 끝은 아니다. 은 31일 그를 부도
수표 발행등 혐의로 일단 구속한 뒤 그의 입을 열기 위한 압박작전
을 시작했다. 은 한보가 도덕적인 비난을 받을 수 있는 은행빚
유용혐의를 집중 조사하고 있고, 조만간 아들 보근씨 등도 소환해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91년 수서사건때 밉보인 일부 정-관계인사들을 털어놓았던 정
총회장이 어떻게 말문을 열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