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는 상식과 관행을 뒤집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불균형과 부조화,
꼬집기와 비틀기는 빼놓을 수 없는 양념이다. 엉뚱함이 클수록,기발할수
록 성공할 가능성은 높다.

영화 「체인지」는 남자와 여자의 역할을 바꾼다. 영화적 성전환 수술
이다. 수술방법은 마른 하늘의 날벼락, 장소는 남녀 공학인 어느 고등학
교.

모범생에다 인물까지 좋은 여학생과 싹수가 영 시원치않은 남학생이
갑자기 뒤바뀐다. 『너는 여기 있는데 나는 어디갔지?』라는 상황과 부딪
친 두 사람이 벌이는 해프닝이 구경거리의 포인트다.

하지만 이 영화의 진짜 묘미는 상황설정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상황을 볼만한 구경거리로 포장하고 진열한 솜씨에있다. 남녀 역할을 바
꾸는 것이 상식과 관행을 뒤집는 것이기는 하지만 결코 새로운것은 아니
기 때문이다. 「뜨거운 것이 좋아」는 「남녀유별」이 완강하던 시절에 이미
치마입은 남자가 진짜 여자들 속에 뛰어 들어가는 상황을 연출했고, 「투
씨」는 남자로 살기에는 너무나 힘든 남자가 여자가 되기 위해 가발쓰고
화장하는 모습을 그렸다. 「스위치」는 아예 남녀를 「속」까지 바꿔버렸고,
「버드케이지」는 동성애를 소재로 삼았다. 그것도 모자라 아놀드 슈워제
네거는 「쥬니어」에서 아기낳는 남자까지 연기했다. 이쯤되면 남녀 역할
을 바꾸는 상황설정은 기발함이 아니라 뭔가 새로운 맛을 찾지못하면 빠
져버릴 늪이기도 하다.

「체인지」는 그 곳에서부터 승부를 시작한다.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의
적절한 배치, 숨을 고를 때 쯤이면 튀어나오는 곁가지 상황의 적절한 활
용과 정확한 타이밍, 간결한 맛을 살린 대사가 어우러지면서 영화 흐름
을 경쾌하게 만든다. 시나리오와 연기, 연출이 제 자리에서 제 역할을
하고 있는 결과다. 새로울 것 없는 소재지만 포장과 진열 솜씨로 잔재미
를 살리는데 성공한 것이다.

다만 아쉬운 점은 그 재미에 「색깔」이 없다는 것이다. 오늘의 시대나
사람을 느낄 만한 요소가 빠짐으로써 웃음에 여운까지 담지는 못했다는
뜻이다.

재미는 있지만 격은 없는 영화, 격은 별로지만 보는 재미는 있는 영
화사이에 놓인 작품이라고 할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