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강호철기자】.
『선수에게 스케이트날은 생명과 같아요. 조금만 흠이나도 속력이
줄어들거든요. 그래서 마치 조각작품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날을 갈아줍
니다.』.
쇼트트랙이 시작된 30일 전주 제1빙상장 1층 한구석에서 조그만
난로로 추위를 달래며 스케이트날을 갈고 있는 임재일씨(45·성북구
보문동). 이른바 「로그를 잡아주는 일(힘이 제대로 전달되도록 스케이트
날을 가는 것)」이 전문이다.
얼핏 대수롭지 않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고도의 정밀성을 요한다.
선수들의 체격이나 특성에 맞춰 로그를 잡는데 1시간 넘게 걸린다. 날
에 예민한 선수들은 한번에 만족치 않고 여러번 갈아줄 것을 요구하기도
한다. 대회가 시작된 24일부터 지금까지 러시아 중국 등 30여
명의 스케이터들이 임씨에게 구원의 손길을 뻗쳤다. 임씨는 태릉서 스
케이트가게를 꾸린 아버지때문에 어렸을 적부터 얼음판과 인연을 맺었다.
79년 가게를 이어받은 임씨는 생계문제로 84년부터 건축업에 손을
댔지만 스케이트가게만은 그만두지 않았다. 오히려 일본 등 빙상기술
이 우수한 곳을 찾아가 날가는 기술에 대한 연구를 아끼지 않았다. 덕분
에 임씨는 빙상인은 모르는 사람이 없는 「명사」가 됐다.
백은비 등 간판스타는 물론, 일반동호인들도 임씨에게만
스케이트날을 맡겼다. 조직위의 부탁으로 이번 대회에 「날갈이」로 참가
한 임씨의 개인재산 1호는 네덜란드산 「로그」기계. 96년 1월 3천만원의
사재를 털어 구입한 이 기계는 일본을 제외한 동양권서 유일한 것.
『그만둘 생각요? 전혀 없어요. 겨울 얼음판에 나오면 친구들이
많은데 왜 마다하겠습니까.』.
얼음판을 벗어나면 하루도 단잠을 자지못한다는 「외길인생」 임씨는
선수들의 경기모습을 보진 못하지만 팬들의 환호성만 들어도 연일 즐겁다
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