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염없는 제국(78) ++++.

이렇게해서 통감부는 매달 2천원을 보조금 명목으로 일진회에 지급하
게 된다.

「우치다」는 대동합방론만 주장하고 우선은 깊은 얘기는 하지 않았으
나 일본정부의 속셈이 무엇인지 긴 설명이 필요 없었다.

송병준은 잠시 생각하고 나서
『한일연합은 한국인민에게도 유익한줄 아오. 그러나 기탄없이 말해서
현 황제가 재위중은 성공할 가능성이 적어요. 비록 국운이 쇠퇴했다고는
하나 4천년 역사와 2천만 인민을 가진 나라요.』.

하며 상대의 반응을 살폈다.

『나도 잘 알고 있소.』.

「우치다」는 심각한 얼굴로 대꾸했다.

현 황제 재위중이 곤란하다면 폐위를 하고 새 황제를 세우면 될 일이
아닌가, 이런 궁리를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치다」, 송병준, 이용구 등 세 사람은 「우치다」의 관사나 일본요정
에서 가끔 회동하여 구체적인 계획을 의논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우치다」와 송병준은 함께 일본에 건너가 거물 낭
인들과 연락을 취하고, 그들의 알선으로 육군대신 「데라우치 마사타케」
(사내정의), 정계원로 「야마가타 아리토모」 등을 만날 수 있었고, 일진
회에 대한 도움을 청하기도 했다.

거물 낭인 중에 「스기야마 시게마루」 「다케다 노리유키」 등이 있었는
데, 「스기야마」는 「우치다」를 「이토」통감에게 소개한 사람이다.

「다케다」는 명성황후 시해에 앞장섰던 자로, 평소엔 어느 절간의 중
노릇을 하면서 조선에 무슨 일만 나면 부지런히 들랑거렸다.

일진회는 일본정계에도 발판을 마련하면서 합방을 위한 준비를 진행
시키기 시작했다.

이들이 꾸민 단계적인 계획은 현 황제의 재위중이라도 개의치 말고,.

일. 일진회를 중심으로 한 새 내각을 구성한다.

일. 만일 이것이 여의치 못할 경우에는 먼저 일진회회원으로 13도의
지방장관을 임명하고, 지방장관 회의에서 합방을 발의토록 한다.

일. 이것이 불가능할 경우에는 일진회가 전국민의 여론을 대변하는
형식으로 청원서를 제출하여 합방의 기운을 조성한다.

이런 음모였다.

그러자면 지금의 박제순 내각을 해체시키고, 일본의 의도를 실현하는
데 협조할 새 내각을 조직해야만 한다.

박제순 내각은 실상 유명무실한 존재이다.

5적으로 매도되고 있는 대신 가운데 집이 방화되거나 자객의 습격을
받지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여서 바깥 나들이조차 지장이 있는 판국이라,
대신의 소임을 수행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민영환, 조병세에 이어 자결하는 사람이 꼬리를 물고, 인심은 극도로
흉흉하여, 언제 어디서 창의 기병을 할는지 알 수 없는 형국이다.

여기서 「에피소드」 하나를 적는다.

민영환의 장지는 용인이었다.

발인하는 날, 전동 민영환댁에서 나온 영구는 광화문앞을 지나 경운
궁 대안문앞에서 잠시 멈추었다.

수백의 만장행렬이 뒤따르고, 부민들이 쏟아져 나와 통곡을 했다.

황제가 대안문까지 나와 잠시 영구를 어루만지며 눈물을 흘렸고, 이
때 곡성이 남산을 뒤흔들다시피 진동했다.

장송행렬은 남대문을 빠져나와도 여전히 장사진을 이루었고, 노량진
나루터는 흰 옷으로 뒤덮였다.

마침 민영휘를 알아본 어느 유생이
『당신 혹시 민씨가 아니오?』
하며 당돌하게 물었다.

『그렇소.』
『어느 민씨는 자결하고, 어느 민씨는 살아있구려.』
그리고는 가래침을 내뱉았다.

민영휘는 아뭇소리 못하고 슬그머니 뒤로 빠져 나갔다.

각설하고, 일진회의 모략과 암약은 차츰 대담해지고, 사람들 의혹의
대상이 되었다.

일본 육군성은 「하세가와」사령관을 통해 일진회에 20만원이란 거금
을 주었다.

전쟁중 일진회가 군수물자의 조달과 운반, 철도의 관리 등에 협력한
보로금 명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