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 주류연구실 한봉숙연구원(32)의 혀끝은 남다르다. 어떤
칵테일이라도 한모금 입에 물면 설탕과 알콜농도는 얼마고 감미료와
향료는 무엇을 사용했는지 척척 알아맞힌다.
한연구원의 임무는 진로의 칵테일 상품을 개발하는 것. 매실주
「매심」, 칵테일 「레몬 15」와 「체리 15」가 그녀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그녀는 식품공학과를 졸업하고 지난 88년 진로에 입사,
처음엔 식품연구실에 배치받았다. 그러나 술이 좋아 자청해서 1년만
에 주류연구팀에 합류했다. 대학시절 막걸리도 많이 마시고 소주는
1병반까지 마셨다고 한다. 그녀가 칵테일 상품 1개를 개발하는 데는
1개월정도 걸린다.
갖가지 원료를 2백∼3백번이상 배합하고 적어도 1천번 이상 맛
테스트를 해야 시제품이 탄생한다. 그렇게 고생을 해도 시제품이 상
품화되는 확률은 30%미만.
『미각과 후각의 정확성을 살리려고 화장을 하지않죠. 혀끝 감각
은 컨디션이 좋은 오전 10시쯤에 가장 예민합니다.』.
하루 30∼40회 맛테스트를 하려면 항상 입안이 청결해야 하는
데, 치약냄새가 방해가 되기 때문에 칫솔질은 하루에 6번정도만 하고
주로 물로 입안을 헹군다. 이처럼 맨입에 하는 맛테스트도 있지만 음
식을 먹으면서 하는 맛테스트도 해야한다. 왜냐하면 안주없이 칵테일
을 마시는 고객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매실주는 일식, 칵테일은 마른안주를 곁들여서 주로 오후 늦게
맛을 감별한다. 호텔 칵테일바나 신촌-압구정동 카페들도 그녀의 일
터. 요즘 유행하는 칵테일을 마셔보고, 손님들이 어떤 칵테일을 많이
마시는지를 알아본다. 바텐더들은 그녀에게 중요한 정보원이다. 대학
생들이 자주 가는 소주방이나 록카페에선 젊은이들의 취향을 살펴본
다.
『가끔은 친구들과 함께 술집에 갑니다. 친구들은 제가 모르게
칵테일을 주문한뒤 칵테일 종류를 알아맞혀 보라며 장난을 치기도 해
요.』.
그녀는 미국-일본-유럽에서 칵테일 신상품이 나오는대로 입수해
맛을 보는데,1백종이상을 마셔봤다고 한다. 해외출장은 소주칵테일이
유행하는 일본에 주로 가서 시장조사를 하고 주류전시회에 참석한다.
『신참 때는 맛테스트를 한답시고 홀짝홀짝 마시다가 취한 적도
있었지만 요즘은 목으로 넘어가는 느낌을 체크할 때를 제외하곤 다시
내뱉죠.』.
캠퍼스커플인 그녀의 남편도 집에서 맛테스트에 동원돼 상당량
의 칵테일을 마시고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