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진씨 가족이 살았던 평남 문덕군 만흥리는 북한에서는 비교
적 형편이 괜찮은 농촌 마을이다. 평양에서 멀지 않은 평야지대인데다
기업소도 몇군데 있다.마을 90여세대중 25세대는 만흥협동농장에서 농
사를 짓고 나머지는 김씨처럼 요양소에 근무하거나 아니면 「닭공장」이
나 벽돌공장 등에서 노동을 하고 있다. 세대주중 절반이 넘는 50명 정
도가 당원이라는 사실은 이 마을이 사상적으로도 북한의 평균이상임을
나타낸다.

경제적으로나 사상적으로 북한의 평균이상의 마을인 이곳의 실상
은 그러나 상상 이상으로 비참하다. 김씨의부인 김찬옥씨의 증언에 따
르면 이 마을에서만 작년1월부터 3월까지 7명이 굶주림 때문에 사망했
다. 이후의 춘궁기에 더욱 많은 사람들이 죽었을 것이라고 김씨는 말
했다. 김씨는 사망한 7명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이들은 한결같이
동네에서도 형편이 가장 나쁜사람들이었다. 특히 남자 없이 여자가 가
정을 책임지고 있는 집에서 노인들의 희생자가 많았다. 극심한 식량난
속에 자구력이 떨어지는 사람들부터 차례로 삶의 한계상황밖으로 내몰
리고 있는 것이다.

김씨가족의 증언은 북한내에서 굶주림이 얼마나 널리 확산되고 있
는지를 보여준다. 또한 한 마을안에서 어떻게 아사자가 발생하고 있는
지를 생생하게 설명하고 있다. 이증언이 작년7월에 이루어진 것이지만
현재의 북한 식량난이 그때보다 나아졌다는 조짐은 찾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