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테마는 가족, 결혼 생각없어...뿌리찾는 장편 구상중 ##
## 한국인도 일본인도 아닌 처지...집필위해 한국방문할 계획 ##.
일본을 대표하는 문학상 아쿠다가와상 1백16회 수상자 유미리씨
(28)는 21일 일본주재 한국특파원들과 공동기자회견을 했다. 그는
「공동으로 회견할 수 밖에 없는 사정」을 설명하는 것으로 말문을 열
었다.
『(수상 발표후) 매일 1시간밖에 자지 못했습니다. 어제 그제 겨
우 5시간 잤습니다. (개별 인터뷰에 응할 수 없었던 점을) 사과드립
니다. 수상뒤 팩시밀리를 통한 인터뷰요청이 물흐르듯 했습니다. 이
런 식으로 밖에 할 수 없었습니다.』.
회견은 예정보다 12분늦은 오전10시42분 시작됐다. 발목까지 내
려오는 올리브색 원피스, 가슴까지 닿는 긴 생머리, 회색양말, 굽없
는 밤색구두 차림. 재일교포 2세 유씨는 마이크를 건네받으며 『원래
목소리가 커서 필요없는데…』라고 말했다. 웃어달라는 사진기자 요
청에 『웃겨주세요』라고 응수했다. 다음은 회견내용 .
--뭘 중시하나.
『「없음」이다. 나에게 많은 것이 바로 「없음」이다. 한국말을 못
하므로 한국에 살기 힘들다. 일본에서도 위화감을 느낀다. 한쪽에
정주기 어려운 형편이다. 그런 것(=없음)이 내 문학에 반영된다. 풍
요로운 일본에선 뭐든 살 수 있다. 샤넬 핸드백이건, 첨단 오디오
건…. 그렇기 때문에 더욱 「없음」이 중요하다. 없다는 것이 부정적
의미는 아니다. 「없는 것이 있다」는 뜻이다. 없음을 유지하기 위해
한국 국적을 지킬 것이다.』.
--소설의 주된 테마인 가족이란 뭔가.
『나는 어린시절 불행했다. 즐거운 식탁, 흐뭇한 대화가 있는 단
란한 가족이 결코 아니었다. 커서 보니 보통가족에도 문제있음을 알
았다.어딘가 금이 가고 부족함을 알았다. 그런 것이 가족이다. 가족
때문에 상처받은 「사람」의 근원적 불안을 통해, 현재를 사는 사람의
충실한 삶을 그리고 싶다. 가족은 개인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또
가족에게 영향주는 것이 국가와 사회다. 그래서 가족의 붕괴를 국가
사회의 붕괴로 그릴수 있다. 작지만 큰 얘기다. 가족을 철저히 다루
다 보면 민족으로 연결된다. 내 피를 쫓다보면 할아버지와 조국을
그릴 수 있을 것이다.』.
--(이혼과 도박으로 가정을 망친)소설속의 아버지와, 실재 아버
지와는 많은 차이가 있는 것 같다. (그녀의 아버지는 「직접 체험한
것 외는 쓰지말라」고 충고한 바 있다.).
『편집자들이 우리 아버지를 만나곤 「소설과 많이 다르다」고들 말
한다. 상당히 부드럽고 유순하다고들 한다. 소설과 현실이 다르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픽션이라 생각하면 된다.』.
--부모의 이혼을 어떻게 생각하나.
『어렸을땐 용서할 수 없었다. 어른이 되고보니 부모란 용서하고
안하고의 대상이 아님을 알았다. 인정할 수밖에 없다.』(그녀의 어머
니는 이혼서류에 도장찍어 아버지에게 건네줬고, 아버지는 도장찍지
않은채 금고에 보관하고 있다고 유씨는 말했다.).
--가정을 꾸릴 계획은.
『없다. 애기를 키우거나 결혼하지 않을 것이다. 한번 만들어지
면 이들을 소중히 여길 것이기 때문이다. 소설이 제일 중요하다. 가
장 감동받은 것이 한국영화 「서편제」다. 서편제의 주인공은 가족없
이 표류한다. 눈 먼 그녀에게 노래만 남았을때, 가장 감동주는 노래
가 나왔다. 없는 것이 많을 수록 좋다. 소설쓰는 것이 애기 갖는 것
이다.』.
--당신의 문학선생은.
『나는 학교에선 쫓겨났고 정식교육과는 거리가 있다. 심지어 구
구단 마저 자신없다. 책을 읽으며 문학을 배웠다. 마음에 드는 책은
종이에 베끼며 읽는다.제일 마음에 들었던 것이 「죄와 벌」이었고,읽
다보니 끝까지 베끼게 됐었다.』.
--희곡에서 소설중시로 돌아선 이유는.
『연출가의 해석, 배우의 육체가 내가 쓴 희곡을 망치곤 했다. 그
래서 독자에게 직접 접하고 싶었다. 그러나 희곡과 연극을 계속할것
이다. 나는 대립하는 것이 좋고, 드라마는 근본적으로 대립을 다룬
다. 대립은 나의 내부에 존재한다. 내 성장기는 엉망이었고, 대립이
빈발했던 가정이 바로 무대인 셈이다. 연출가들도 「당신은 인용할
것이 많아서 좋다」고 말했었다.』.
--그토록 많이 읽은 책들은 당신 작품에 영향 주는가.
『책에서 읽었던 내용은 모르는 사이에 흘러나오는 것이다. 의식
하지 않는다. 영향받았다고 꼬집어 말할 책은 없다.』.
--심술궂은 노인들이 등장하는 소설을 좋아하는 것 같다.
『노인은 세상과 관계맺기를 갈망하는 존재다. 그러나 세상과 정
상적인 관계가 없다. 사회에서 소외받은 사람이다. 그래서 노인들을
「마음의 교류」란 의미에서 주목한다. 심술궂은 노인을 선호하는 것
은 그들에게서 활력을 느끼기 때문이다.』.
--아쿠다가와상이 주는 중압감은.
『전혀 없다. 쓰지 않으면 안된다는 느낌으로 살고있다. 2월 쯤
장편을 예정하고 있다. 계속 왕성히 집필할 계획이다.』.
--일생을 걸고 쓰고싶은 테마는.
『가족이다.』.
--너무 좁은 테마가 아닌가.
『그렇게 생각지 않는다. 「카라마조프의 형제」와 같이 세계에 통
하는 것을 쓸 수 있다.』.
--부모 고향은.
『경남 산청이다. 지난해 밀양에서 한국식으로 성묘했다. 지금 할
아버지 아버지 어머니가 왜 일본으로 건너왔는지, 뿌리찾는 장편소설
을 계획중이다. 올해 집필을 위해 한국에 취재갈 예정이다.』.
--고향은.
『태어난 곳은 가나가와현이지만, 그곳에 시골의 느낌이 없다. 반
면 경남은 아름다운 마을이다. 전에 한번 온듯한 느낌을 받았다.자석
처럼 왠지 끌린다.』.
--어머니가 고향얘기를 자주하나.
『그렇다. 그러나 과장이 심하다. 예를 들어 호랑이가 나온다거
나…. 어머니는 왜 자신이 일본으로 건너왔는지 얘기하지 않았다. 사
정이 있을 것이다. 외할아버지는 손기정과 함께 마라톤 했던 유명한
선수다. 이름은 양인덕이다. 2차대전으로 유산된 올림픽때 출전
가능성이 높았던 것으로 안다. 그러나 외할아버지가 왜 일본으로 왔
는지도 모른다.』.
--해외여행으로 문학에 깊이를 더할 생각은.
『우선 한국은 해외가 아니다. 또 미국 러시아를 찾는다고 경험
이 깊어진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사람의 마음 속을 보는 시각을 키우
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작가생활은 어떤가.
『괴롭다. 즐거움이 없다. 어려서부터 귀여워 할 것을 모두 버렸
기 때문이다. 잠잘 시간도 적다. 보통 이틀정도 밤새운다. 허리도 아
프다. 평균 두시간 잔다. 흰머리도 늘었다. 창작을 한번도 즐겁다고
생각한 적 없다. 앞날을 생각하지 않는다. 사는 것이 벅차다.』.
--모델로 하는 작가가 있다면.
『토스토예프스키다. 삶과 죽음, 신과 인간 등 근원문제에 가장
훌륭히 접근하고 있기 때문이다.』.
--삶, 죽음, 여성에 대한 견해는.
『모두 큰 테마다. 24세까지는 늘상 죽고 싶었다. 나를 구원해줄것
은 죽음뿐이라 생각했다. 희곡과 죽음은 밀접하다.문학소설에서 죽음
은 매우 다루기 어려운 주제다. 신중해지지 않으면 안된다. 공포소설
이나, 추리소설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접근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
도 죽음을 의식한다. 그러나 삶이 허용하는 한 계속 쓰고싶다.여성이
란 한계에서는 벗어나고 싶다. 루즈 한개 없으며 화장도 않는다.어딘
가 싫기 때문일 것이다.』.
--사랑과 섹스에 대해 많이 얘기하는 것 같다.
『섹스란 절정을 추구하는 것이다. 절정 다음엔 아무것도 없다. 죽
음과 흡사하다. 죽음을 추구하는 듯한 느낌이다. 사랑에 대한 작품도
쓰고싶다.』.
--류미리의 문학에 한국이 파고들 틈은 있나.
『한국은 의식하지 않아도 나오는 것이다. 재일교포란 미묘하다.일
본인도 아니고, 한국 가면 한국말 못한다고 위화감 느낀다.그러나 용
기를 갖고 고립할 것이다. 그런 고립은 소설의 테마가 될수 있다.(일
어 한국어를 떠나)아름답지 못한 말을 쓰고싶다. 자신에게 상처를 주
는 강하고 폭력적인 것을 원한다. 말이란 자신의 상처를 더욱 넓히는
작업이다. 정신적으론 괴롭다.일본어로 쓰므로 일본문학이지만 내 작
품이 한국에서도 읽히길 원한다.』.
--작가생활 시작뒤 지금까지 무슨 질문이 가장 많았나.
『왜 한국말 안배우니.』.
【동경=이혁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