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3장 혼세 <28> ++++.
남육관에 도착하자 비릿한 피냄새가 후각을 찔렀다. 남육관은 꽤 큰
규모로 수십채의 허름한 가옥들이 작은 거리를 형성하고 있었다. 거리에
들어서자 금방 도축한 고깃덩이들이 진열대에 널려 있거나 갈고리에 걸
린 채 판매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가하면 피가 뚝뚝 떨어지는 고깃덩
이를 짊어진 채바쁘게 움직이는 장한들의 모습이 보였다.
화운악은 한 사나이를 잡고 물었다.
『말씀 좀 물읍시다. 팽약사란 분을 찾아 왔는데 어디 계시오?』.
피묻은 작업복 차림으로 방금 잡은 돼지를 통째로 메고 가던 장한이
눈살을 찌푸리며 반문했다.
『무슨 일로 팽대가를 찾는 거요?』.
그는 주위 분위기와 도통 어울리지 않게 깨끗한 백삼을 입고 있는
화운악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한 표정이었다.
화운악은 정중하게 말했다.
『사정상 팽약사를 직접 만나 뵙고 말씀드려야 할 일이오.』.
그러자 장한은 눈썹을 꿈틀거리며 괴상한 웃음을 흘렸다.
『흐흐, 남경에서 팽대가를 아는 사람 치고 우리가 모르는 사람은 없
어. 팽대가는 쓸데없이 사람 만나는 거 무지하게 싫어하는 양반이오.
뭔 일인지 모르지만 그냥 가슈!』.
장한의 말투는 사뭇 위협스럽기까지 했다.
그러나 화운악은 그 정도 위협에 물러갈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좋
게 말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자 장한의 앞을 가로막은 채 힘주어
말했다.
『날 만나고 안 만나고는 팽약사가 결정할 일이오. 그러니 귀하는 있
는 곳이나 말해 주시오.』.
『뭐? 이 놈이 어디서 강짜를 부리는 거야?』.
장한은 눈알을 부라리며 어깨로 화운악을 밀쳤다. 장한은 보통 사람
으로 볼 때는 장사에 해당될 정도로 완력이 있었다. 그러나 화운악은
마치바위처럼 요지부동, 한 발자국도 밀려나지 않았다. 도리어 장한이
억! 소리를 내며 비틀거렸다.
그는 그제서야 화운악이 보통 인물이 아님을 느낀 듯 안색이 싹 변
했다. 마침 곁을 지나던 다른 장한이 그 광경을 보고 손에 고기를 거는
갈고리를 움켜쥔 채 살벌한 표정으로 접근해 왔다.
화운악은 가볍게 눈살을 찌푸렸다.
「말로는 안될 것 같군. 그렇다고 무력을 쓸 수도 없고….」.
그는 난경에 처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디서 굴러온 개뼈다귀가 감히 남육관에서 힘자랑 하겠다는 거야?』.
갈고리를 움켜쥔 장한은 눈을 부릅뜬 채 금방이라도 화운악을 찍어
버릴 듯 위협적인 자세로 다가왔다. 그런데 바로 그 때였다.
『물러서라.』.
문득 차분한 음성이 울렸다. 화운악은 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한 채의 허름한 가옥에서 청년 한 사람이 걸어나오고 있었다.
『팽대가….』.
두 장한은 청년이 등장하자 움찔하는 표정으로 약간 뒤로 물러났다.
그들의 얼굴에는 무척이나 공경하는 기색이 드러나고 있었다.
화운악은 그 청년이 팽약사인 것을 직감했다. 청년은 똑바로 화운악
을 바라보며 다가왔다.
『내가 팽약사요. 귀하는 무슨 일로 날 찾아왔소?』.
청년의 음성은 특이했다. 음의 고저가 별로 없었을 뿐더러 극히 무
미건조한 음성이었다. 화운악은 그를 보는 순간 몇가지 특이한 점을 발
견할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