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 부부인 아내는 직장에서나 주위에서 곧고 바르게 사는, 아주
모범적인 여성으로 인정받았다. 아이들과 남편을 위해 봉사하고, 시부
모를 잘 모시고 사는것을 삶의 큰 낙이요 위안으로 생각했다. 잉꼬부부
로 꼽혔다. 결혼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부부 싸움 한번 제대로 못했을
정도다.

그러나 요즘 아내는 남모르는 사정 때문에 속을 끓이고 있다. 남편
에게 여자가 생겼다는 확신이 들어서다. 우연히 남편 무선호출기 음성
녹음에서 웬 여자의 다정스런 목소리를 들었다. 따지는 아내에게 남편
은 다시는 그런 일이 없을 거라고 다짐했다. 아내는 정신이 번쩍 들었
다. 옷도 깔끔하게 차려 입고 화장도 신경을 쓴다. 그러나 남편을 볼때
마다 얄밉고 억울한 생각을 떨쳐버리기 어렵다.

외양상 잉꼬부부라 불리는 부부들은 흔히 모범적 행동이나 품위를
소중한 덕목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그런 「표준」행동이 자연스런 감정의
기초 위에 있지 않으면 이면에 긴장이 쌓일 수 있다. 아내가 「모범적으
로 살겠다」는 의지에 너무 집착하다 보면 남편의 사소한 실수나 일탈에
극단적인 과잉반응을 보일 수 있다. 그런 집착은 무의식적으로 남편을
소유 내지 지배하려는 강한 욕구에 다름 아닐 것이다.

가정과 남편을 위해 희생 봉사하는 대가로 남편의 속마음이 내게로
귀속돼야 한다는 조건은 없었는지. 서로 마음 편하게 살려는 노력보다
상대에게 높은 기대치를 걸어놓고 자신까지 그에 얽매여 살았던건 아닌
지 자문해봐야 된다. 겉으로 「잉꼬부부」로 보이는 데 매달리지 말고 내
면적으로도 자유롭게 사는 지혜를 터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