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는 반드시 기업 영농의 꿈을 이뤄낼 겁니다.』.

지난해 7월27일 경기 북부지역를 강타한 홍수에 「미래의 꿈」이었던
양계장과 닭 1만3천마리를 잃었던 경기 연천군 연천읍 차탄4리 강상익씨
(34). 그의 목소리에는 다시 힘이 실려 있었고, 얼굴에 드리워졌던 그늘
도 찾아볼 수 없었다.

지난해 12월 새로 들여온 닭들이 새해 새달부터는 알을 낳아줄 것
이기 때문이다. 군청 공무원이었던 그는 지난해 5월 아버지(63)가 30년
간 해온 양계장을 물려 받기 위해 사직서를 썼다. 가업을 현대적으로
키워보겠다는 꿈을 갖고서 였다.

10년간 매던 넥타이 대신 작업복을 입었고, 볼펜을 잡던 손에 삽자
루를 쥔 그에겐 하루하루가 보람찬 날이었다. 7월초에는 기다리던 아들
도 얻었다. 기업형 양계와 단란한 가정의 희망을 모두 이루는 순간이
었다.

그러나 7월26일 밤부터 퍼붓기 시작한 폭우는 양계장과 함께 그의
꿈도 순식간에 휩쓸어 가버렸다. 다음날 오후, 뻘밭으로 변한 양계장
을 바라보며 망연자실하던 그의 눈에 아들과 딸(8)의 얼굴이 떠올랐다.

울음이 터질 것 같았지만 곧바로 팔을 걷어붙였다. 그러나 죽은
닭과 진흙을 치우지 않고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이틀 내내 허
리 한번 펴지 못했는데도 닭은 산더미 같이 남아 있었다. 막막했다.

강씨는 『자원봉사자 50여명의 도움 없이는 엄두도 못냈을 것』이라
고 회상했다. 진흙 퍼내기는 더욱 어려웠다. 끼니는 라면으로 때웠
고, 부인 김영경씨(김영경·32)도 아이들을 시댁에 맡긴 뒤 산후 조리를
마다하고 삽을 들었다.

퍼내도 퍼내도 시뻘건 흙이 나올 때는 정말 포기하고 싶었지만 그
는 「닭아니면 죽는다」는 각오로 「폐허」를 조금씩 치워나갔다.

어느 정도 바닥이 드러난 곳은 다시 수마가 덮칠 것에 대비해 잘게
부순 건축폐기물을 얻어다 1m20 높이로 덮었다.

9월초에 성토 작업이 끝나자 곧이어 양계장 공사를 시작했고, 공사
시작 석달 만에 지난 3일 1백98평의 새 양계장에 중닭 1만2천마리가 들어
올 수 있었다.

『시끄러운 닭우는 소리가 얼마나 듣기 좋았는지 모르실 겁니다.』
강씨는 『정말 혼신의 힘을 다했다』며 『하늘도 도와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재민 모두가 강씨처럼 성공적인 복구를 한 것은 아니다.

군내 집을 잃은 수재민 6백90여가구중 22가구는 아직도 컨테이너
주택에서 살고 있다. 부서진 건물 6백96동중에서 2백23동은 월동을 위
한 임시 수리만 마쳤으며, 농경지 피해 5백80여만평중 1백만평 가까이도
아직 미복구 상태다.

강씨의 피해액은 모두 1억5천여만원. 연말까지 들어간 복구 비용
만 1억6천만원이 넘는다. 양계장 건물과 닭이 각각 3천여만원, 자동양
계시설 8천만원….

저축했던 돈에 융자까지 받았지만 아직도 5천여만원을 상환해야 한
다. 그는 요즘 무너진 건물의 하나를 그의 꿈이 가득 담길 계란 창고로
개조하고 있다.

『어려운 처지에서도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주는 게 가장 고맙습니
다. 식구들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재기해 성공해낼 겁니다.』 추운 겨울
날씨에도 그의 이마에서는 굵은 땀방울들이 흘러내렸다.

【련천=이동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