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3장 혼세 <17> +++.

「포굉을 데리고 나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지금 이 자를 죽일 수는 있
지만 그렇다고 무엇이 달라진단 말인가? 차라리 후일을 도모하는 것이
나을지도….」.

마침내 그는 결정을 내렸다. 그가 마음을 바꾼 것은 자신의 안위 때
문이 아니었다. 그는 동청해가 앞으로 얼마 버티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눈치 챈 것이었다.

『좋소. 공주의 제의를 받아들이겠소. 약속을 지키리라 믿소.』.

백화공주는 그윽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이 몸을 믿으세요.』.

이어 그녀는 무사들을 향해 엄숙한 어조로 명령했다.

『모두 물러나세요!』.

무사들은 서로의 얼굴을 돌아보며 웅성거렸다. 어떻게 해야할 지 판
단이 서지 않는 듯 한결같이 난감한 표정이었다. 그러나 잠시 후 그들은
하나 둘뒤로 물러서기 시작했다. 이윽고 포위망이 열리고 한가운데 길이
트여졌다.

『이젠 당신도 약속을 지키세요.』
『물론이오.』.

화운악은 포굉의 손목을 놓아주었다.포굉이 황급히 뒤로 물러나자 그
는 당당하게 가슴을 편 채 수백 명 무사들이 열어놓은 길 한가운데로 걸
어나갔다. 그의 그런 모습에 동청해는 감탄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크큽…! 훌륭해. 자네의 담력은 내가 본 어떤 자보다 뛰어나군.』.

이어 그도 화운악의 뒤를 따라 무사들이 터준 길을 향해 걸어갔다.
두 사람이 절반쯤 빠져나갔을 때 포굉의 원한에 찬 외침이 울렸다.

『두 놈! 항주를 벗어날 때까진 잡지 않겠다. 하지만 항주를 벗어나
는 즉시 네놈들을 추적하겠다! 흐흐… 두고 보자, 곧 네놈들의 수급을
회수해 발바닥으로 짓뭉개줄테니…!』.

화운악은 걸음을 멈추고 돌아섰다. 복면 위로 보이는 그의 눈에서는
불꽃이 이글거리고 있었다.

『나도 약속하겠소. 언제고 당신의 더러운 축재를 와해시켜 버리겠
소.』.

동청해도 괴소를 흘리며 거들었다.

『크크… 포늙은이, 장수하길 비마. 단 내가 다시 찾아올 때까지다.』.

그 말을 남기고 두 사람은 무사들이 터준 길을 통해 빠져나갔다. 약
속대로 무사들은 그들이 장원을 완전히 빠져나갈 때까지 가로막지 않았
다.

그들이 사라진지 한참이 지나도록 포굉은 분노를 참지 못해 온몸을
경련하고 있었다. 이번 일로 그의 자존심은 처참하게 뭉개졌다. 평생을
살면서 오늘 같은 모욕은 처음 겪는 셈이었다.

그는 수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놈들이 항주를 벗어나면 전 인원을 동원해서 추적해라! 그리고 절
강성의 모든 문파들에도 연락해라, 놈들을 발견하는 즉시 추살하라고!』.

반나절이 지났다.

대운장의 무사들은 총동원되어 화운악과 동청해를 추적하기 시작했
다. 그들은 혈안이 되어 항주에서 사방으로 연결되는 모든 관도를 차단
했으며 물샐 틈 없는 천라지망을 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