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출퇴근 차안에서 사법고시 1차시험을 위해 민법 강의테이프
를 듣고 있죠.』.
D증권사에 다니는 김모씨(30)는 올해 사시합격자 발표 얼마전인 지
난달, 먼지속에 쌓아둔 법서를 다시 꺼내들고 사시 재도전을 결심했다. 대
학졸업후 사시에 대한 미련을 버리기로 했지만 언제닥칠지 모를 명예퇴직,
감량 경영 등의 「우울한 미래」를 극복할 최고의 무기는 역시 자격증이라는
판단을 하게된 것.
S전자에 다니는 박모씨(33)도 요즘 서울 신림동에 있는 고시 전문학
원의 오후 7시 강의를 듣기 위해 퇴근길을 서두른다. 사법개혁안의 일환으
로 2천년까지 사시합격정원을 1천명선으로 늘린다는 보도를 접하고 「나도
잘만하면 거기에 낄수 있다」는 「가능성」에 도전해보고 싶어서다.
최근 몇년 사이 대학가의 주요경향으로 자리잡은 고시열풍이 이제
캠퍼스 울타리를 넘어 사회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게다가 회사생활에 불
안을 느낀 30대 직장인뿐 아니라 공인회계사(CPA), 의사등 다른 분야의 전
문직 종사자까지 가세하는 추세다. 이런 「넥타이 수험생」들로 서울 신림동
의 고시촌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신림동의 한림사법행정 교육원 박종만원장은 『뒤늦게 공부를 시작
하는 직장수험생에겐 공무원이 되는 행시보다 자유직인 변호사가 되는 사
법시험이 매력적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최근들어서는 법정-상경계 전공자들이 많이 들어가는 은행등 금융권
에서「사시를 준비하겠다」며 상당수의 직원 이탈현상까지 일어나고 있는 실
정.
수년간 다니던 C은행에 사표내고 지난 7월부터 시험준비에 들어간
김모씨(33)는 『예전엔 거의 보장된 은행지점장도 불투명해졌고 흔히 사시
합격 손익분기점이 40세라고들 해서 그전에 합격만 하면 기울인 노력은 보
상받는다는 생각으로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작년 종합병원 신경정신과장직을 던지고 내년 4월에 있을 예정인
사시 1차시험준비 대열에 합류한 이모씨(48)는 『신림동 고시촌에 의사들
10여명이 사시준비를 하고있는 것으로 알고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창 사회의 중견으로 일할 고급인력들이 너나 할것 없이 사
시에 매달리는 것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도 만만치 않다. 양승두교수(연세
대·법학과)는 『변호사시장 대외개방등 갈수록 변호사에 대한 사회적 프리
미엄이 줄어들고 있다』며 『사시합격을 위해 기울이는 노력을 자신이 이미
몸담은 전문분야에 쏟아 붓는게 현명한 태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