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식 모방전략 80년대로 종말, 독창성-혁신성 중시 ##
### 공정간소화-현장우대등 변신노력도 ###.

세계 각국마다 불황의 적신호가 켜진 요즘, 미국의 경기 기상도에는
「쾌청」깃발만 나부끼고 있다. 완전 고용상태에서 안정성장을 유지하고
있고, 물가는 꽁꽁 묶인지 오래다. 경제 전문가들은 「이 황금기가 언제
까지 계속되느냐」를 놓고 갑론을박중이다. 깊이와 넓이를 더해가며 순항
중인 미국경제, 그 건강진단서를 들여다 본다. < 편집자주 >.

80년대말 미국은 태평양을 건너 전진해오는 「일본 주식회사 군단」의
발자국 소리를 들으며 증오와 공포심에 떨고 있었다. 자로 잰듯한 패스
와 톱니바퀴처럼 맞아 돌아가는 팀워크.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총력
체제를 펼치는 일본식 경영앞에 미국 기업들은 지리멸렬 무너져 갔다.
70년대 중반 전세계를 제패했던 미국 반도체의 점유율은 40%까지 떨어졌
고, 일본업체가 미 국내시장의 25%까지 잠식했다. 89년 이같이 음울한
분위기아래 작성된 보고서가 대학의 「메이드 인 아메리카」였다. 「미
국제품은 왜 일본에 밀릴 수밖에 없는가」를 전산업별로 조목조목 짚은
반성문이었다. 당시 한 공상과학 소설은 「머지 않아 미국의 경쟁력은 소
프트웨어, 영화, 피자 배달밖에 남지 않을 것」이라고 자조적으로 예언하
기도 했다.

그로부터 10년후. 미국 어디서도 일본에 대한 피해의식을 읽을 수 없
다.

90년대들어 일본의 성장률이 그래프 밑바닥에서 맴도는 동안, 미국은
유례없는 성장기를 구가해왔다. 2차대전후 미국의 경기 사이클이 6년이
상상승곡선을 그린 것은 단 두번. 베트남전과 호경기때였다. 97
년 미국경제는 이 기록을 가뿐하게 경신할 전망이다. 이미 6년째 연속
성장을 지속한 상황에서, 경기지표가 악화될 어떤 징표도 나타나지 않
고있다.

제리 제시노프스키 미 제조업협회 회장은 『미국경제의 태양은 다시
떠오르고 있다』고 선언하고 있다.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윌리엄 샬만
교수는 『훗날 사람들은 이 시기를 미국이 혁신적 기업가정신으로 충만했
던 황금시대로 기억하게 될것』이라고까지 말하고 있다.

역전극의 단초가 어디서 마련됐는지에 대한 해석은 구구하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은 「일본식 경영은 20세기말 새로운 패러다임에 더이상 조
응할 수 없게 됐다」고 지적한다. 80년대 일본은 「중반 스퍼트」에 승부를
거는 전략을 구사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기업들이 신제품을 개발하면
뒤늦게 뛰어들어 보다 개량된 모델을 대량 생산하는 방식이었다. 종전의
1백m 경주에서는 이같은 모방전술이 주효할 수 있었다. 대자본과 결합된
일본식 정밀 경영이 2∼3m쯤 뒤떨어진 스타트를 보완할 수 있었던 것이
다.

그러나 첨단 정보산업이 견인하는 90년대 자본주의는 경쟁의 호흡을
기하급수적으로 단축시키고 있다. 기업의 성패는 20m, 혹은 10m의 단거
리승부로 변하는 상황이다. 먼저 개발해서 3개월내에서 수익을 결정짓는
라이프사이클, 즉 스타트에서 모든 것이 결정나는 것이다. 상대방이 첫
발을 내딛기를 기다리는 일본 경영이 숨쉴 공간이 없는 것이다.

실리콘 밸리의 한 경제연구소가 내놓은 보고서는 「대량생산의 시대는
가고, 대량사고의 시대가 오고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다가오는
정보화시대의 경쟁력은 콘베이어 벨트가 아닌 사람의 두뇌에서 창출되며,
가장 재능있고 창조적인 사람들을 모으고 조직화하는 기업가가 시장을
지배한다. 국가 경쟁력이 사회 구성원의 독창성과 유연성에 의해 좌우된
다는 것이다.

이렇게 형성된 전선에서 미국이 힘을 발휘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미국의 전위 복귀가 이같은 외생적 상황변화에 의한 것만은 아니다.
80년대 쓰라린 패배를 맛본 미국기업들은 자기 자신을 처절하게 뜯어고
쳤다. 제너럴 모터스는 와, 포드는 와 합작을 통해 일본 자
동차의 무결점 생산방식을 체득했다. 디트로이트 「빅 3」의 중흥은 「침략
자」들에 대한 철저한 연구를 통해 이루어진 것이다.

「순수 과학 투자에만 정력을 쏟고, 상업화에는 게을리한다」는 보
고서의 지적도 현장에 피드백 됐다. 80년대만 해도 은 반도체의 기
본골격을 짜는 칩 디자이너에게 모든 영광을 안겨주었다. 그러나 몇차례
일본 경쟁업체들을 방문하고 돌아온 회사 중역들은 작업공정을 간소화하
는 현장 생산팀에 메리트를 주는 방식으로 보상 시스템을 변경시켰다.
이 세계 마이크로 프로세서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것도 우연이 아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