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의학계는 96년 한해동안 비약적인 발전과 진보를 거듭했다. 장
기 이식과 뇌졸중, 뇌수술 등의 분야에서 특히 좋은 결과가 나왔으며, 첨
단 의료기기의 도입으로 의원급 진료현장에 이르기까지 혁명적인 변화가
초래됐다. 의료계 안팎에서 가장 관심을 끌었던 것 중 하나는 폐이식. 연
세의대 심폐이식팀은 지난 7월 폐섬유증 환자에게 국내 최초로 뇌사자의
폐를 성공적으로 이식했다. 폐는 국내에서 이식하지 못하고 있던 유일한
장기였다. 비록 이식환자가 3개월여만에 사망했지만, 이식 자체는 성공적
이었다고 평가받고 있다.
은 살아있는 사람의 심장 일부를 떼내 이식하는 생체부
분 간이식을 국내 최초로 성공했으며, 세브란스병원은 1천5백건의 신장이
식 기록을 돌파했다. 동산병원은 산모의 탯줄 속 피, 즉 제대혈에
서 조혈모세포를 추출, 혈액종양 환자에게 이식하는 수술을 국내 최초로
시행했다.
뇌세포에 산소가 충분히 공급되지 않아 초래되는 허혈성 뇌졸중(중풍)
의 치료에도 새로운 전기가 마련됐다. 뇌에 피와 산소를 공급하는 동맥은
경동맥과 척추동맥. 삼성의료원은 경동맥이 좁아진 환자를,
은 척추동맥이 좁아진 환자를 조기에 진단, 혈관 내부를 확장시키는 수술
을 함으로써 뇌졸중을 효과적으로 예방한 사례를 보고해 관심을끌었다.한
편 환자가 병원에 찾아오지 않고도 화상을 통해 치료할 수 있는 원격
센터가 병원내에 개설됨으로써 원거리 환자의 치료에 큰 도움
이 되게 됐다.
「뷰잉원드」등과 같은 첨단 기기의 도입으로 뇌수술 분야에도 큰 변
화가 있었다. 「뷰잉원드」란 MRI로 촬영한 뇌 속 병소의 위치와 실제수술
을 하고 있는 위치가 정확하게 일치하는가를 3차원 영상을 통해 알려주는
첨단 장비. 이 장비의 도입으로 뇌수술을 보다 정교하게 할 수 있게 됐다.
또 뇌동맥이 꽈리처럼 부풀어 오르는 뇌동맥류 등 뇌혈관 기형환자에
대한 뇌혈관 중재술도 본격화됐다. 이에 따라 두개골을 열지 않고 허벅지
등을 통해 혈관에 풍선이나 그물망 등을 넣어 간단하게 수술을 할 수 있
게됐다. 뇌 속 종양의 위치를 정확하게 계산, 그곳에만 방사선을 쏘아 암
세포를 죽이는 무고정물 방사선수술장치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암과 관련해선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각종 「비법」과 주장들이 제
기된 한 해였다. 그러나 암정복기획단이 설립돼 암의 예방과 치료법 개발
이 본격화되게 됐으며, 몇몇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유전자요법이 시험적으
로 시행돼, 부분적인 효과를 거뒀었다.
그러나 일반인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변화는 최소
침습수술(less invasive surgery:가능한 한 적게 째고 수술을 하는 것)의
확산이었다. 흉각경, 관절경, 복강경, 안구경 등 각종 내시경장비의 도입
으로 10㎝씩 절개하고 수술을 해야 했던 것을 불과 2∼3㎝ 절개해 수술을
할 수 있게 됐다. 치질이나 관절염, 디스크 등과 같이 비교적 간단한
수술은 물론이고 유방암이나 뇌수술 등도 이같은 수술법이 적용 가능해졌
다. 이에 따라 예전엔 1주일 이상 입원해야 했던 수술이 하루만에 퇴원할
수 있게 됐다.
삼성의료원 통원수술센터의 경우 수술뒤 바로 퇴원하는 「하루수술」을
한해동안 3천7백여건 시행했으며, 각 개원가에서도 하루수술이 크게 확산
되고있다.
안과분야의 경우 엑시머레이저가 미국 의 승인을 받는 등, 안정성
을 입증받았으며, 각막절삭술과 같은 첨단 수술법이 도입돼 마이너스30디
옵터 이상의 고도근시 수술도 본격적으로 시행되게됐다. 6백g대의 초미숙
아를 정상아로 살려내는 등 미숙아 치료에 큰 진보가 있었으며, 개원가를
중심으로 각종 피부성형레이저가 도입돼 그동안 치료가 어려웠던 여드름
흉터나 잔주름, 곰보자국 등을 말끔하게 치료할 수 있게 됐다. 또 마취과
의사들을 중심으로 통증클리닉이 신설돼, 원인을 알 수 없는 두통이나 요
통, 오십견 등 각종 통증을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게 됐다. 정신과분야
에선 치료제 리스페리돈의 사용이 승인돼, 감정표현이 없거나
위축되는 등의 음성증상이 강한 환자 치료에 도움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