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 일본대사관저의 인질사태가 「대치」국면을 벗어나지 못하
고 있다.

투팍 아마루 혁명운동 지도자 네스토르 세르파(48)는 21일(이하 현
지시각) 인질들을 단계적으로 석방하겠다고 제의했으나 후지모리 대
통령이 강경입장으로 응수한 것이다.

세르파는 단파라디오를 통해 채널4 TV에 전달한 성명에서 『폐루정
부와 관련 없는 대부분의 무고한 인질을 수시간후부터 수일간에 걸쳐 단
계적으로 석방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수시간뒤 후지모리 대통령은 4분간 한 텔레비전 연설에
서 『정부의 제의는 확고하다』면서 『인질범들이 무기를 버리고 빨리 모
든 인질을 예외없이 석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그렇게 할 때만 정부의 무력사용 가능성이 배제될 것』이
라고 강경진압을 시사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반군이나 인질들의 인권을 침해하지 않는 평화적 해결
방안을 모색해 나갈 의향임을 천명했다.

인질범들은 22일 아침이 되자 다시 창문에 『대통령각하, 수도-전기-
전화를 복구시켜 주십시오』라는 메시지를 붙였다.

요한 바오로 2세도 이날 성베드로사원에서 가진 기도회 도중
반군들에게 인질을 풀어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앞서 이원영 대사와 함께 20일 풀려나 중재역을 맡았던
의 루이스 쿠티노 페레즈 대사는 대통령 전용기를 타고 황망히 리
마공항을 떠났다.

그는 21일 낮12시까지 일대사관으로 돌아가 인질들에 자신의 중재
내용을 설명하기로 했으나 「본국의 훈령」을 들어 급거 귀국했다.

이에비해 대사 페드로 디아즈 아르시아와 대표 제이콥
사이몬센은 석방대상으로 뽑혔으나, 스스로 풀려나길 거부했다고 한 국회
의원이 전했다. 두 대사들은 잔류이유로 억류중인 하위급 외교관에 대
한 「도덕적인 책임」을 들었다.

현재 공화국 일본 말레이시
아 파나마 베네수엘라 대사 등이 아직도 억류돼 있다. MRTA는
3개월전부터 주도면밀하게 사건을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국가테러대책본부는 3개월전 MRTA가 일본대사관이 위치한 리마
도심부와 그들의 거점인 정글지대를 수시로 왕래하고 있다는 것을 감지했
으나 구체적인 행동계획을 밝혀내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대책본부는 특히 MRTA의 고위간부가 1개월전 지난해 체포돼 수감중
인 2인자 미겔 린콘에게 『곧 석방된다. 걱정하지 말라』는 내용의 편지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미겔 린콘은 지난 92년 폴라이가 체포된 뒤 이번 사건을 주도한 네
스토르 세르파와 함께 조직을 이끌던 인물.

영국신문 「인디펜던스 온 선데이」는 22일자에서 MRTA의 주목적은
현지주재원이 인질로 잡혀있는 일본기업으로부터 「몸값」을 뜯어내는 것이
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리마의 유럽외교소식통을 인용, MRTA가 인질들 몸값으로
해당 기업에 수억달러를 스위스 등 해외의 은행구좌에 넣을 것을 요구하
고 있고 이미 상당액수를 수중에 넣은 듯하다고 말했다.

이 신문은 또 MRTA가 표면적으론 정부와의 협상을 요구하고 있
으나 비밀리에 인질이 속한기업과 2중교섭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다니엘 오르테가 전 대통령은 21일 후지모리 대통령
에 대해 반군 투팍 아마루 혁명운동(MRTA)과 직접 협상에 나설 것을 촉구
했다.

과거 반군 산디니스타의 지도자였던 오르테가는 『정
부가 시간을 끌면 끌수록 상황은 위험해진다』고 경고했다.

오르테가는 수감중인 74년 반군 동료들이 자신의 석방을 요구하며
인질극을 일으킨 경험을 갖고 있다.

【리마=윤희영-최준석-선우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