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스트리히트 조약은 미완성, 동구권 포함한 새 개념 필요" ###.

『우리는 마스트리히트 조약에 속았다.』.

반 유럽통합주의자가 한 말이 아니다. 마스트리히트 조약의 설계
자요, 자유시장 경제에 입각한 확대-통합유럽의 이론적 태두라고 할 수
있는 자크 아탈리의 독백이다. 도대체 왜 속았다고 하는가, 무엇에 속
았다는 것일까. 마스트리히트 조약은 그것이 성안됐을 당시가 절정이
었다. 아탈리는 이것을 완성시켰던 순간, 속았다는 역설에 빠진 것이다.

『유럽에 안보,정치,국제관계에 부족함이 있었을 때 마스트리히트는
그 시각으로 뼈대를 만들었다. 유럽이 철의 장막에 살을 대고 추위를
느끼고 있었을 때 12개국의 정치적 단합을 과시하는 것이 절실했다. 미
국은 유럽에서 발을 빼려 하고, 소련이라는 야수는 이빨을 감추려하지 않
는 상황에서 비록 인위적인 성격이 강하다고 할 망정 어찌 통합의 틀을
다지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오늘날 유럽연합 회원국이 몇개국인지 자신있게 말하는 사람은 많
지 않다. 12개국에서 15개국으로,다시 27개국 혹은 30개국 혹은 40개
국으로 뻗어나가고 있는 중이다. 아탈리의 예언과 근심은 적중하고 있
다. 4년전 마스트리히트 조약이 독일에서 비준된 그 다음날 아탈리는
이 조약의 근본을 다시뜯어 고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독일에서 『어디 모래집 장난이냐』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
러나 이번 12월 더블린 유럽연합 정상회담에서 내년여름 정상
회담까지 회원국들의 주제가 오로지 마스트리히트의 구조개편에 쏠려 있
음을 부인할 도리는 없다. 아탈리의 유럽확대론은 그때나 지금이나 한
결같다.

『동구제국이 붕괴음을 내는 순간 서유럽 중심의 12개국 통합은 가
교로서 제 역할을 끝냈다. 대응은 빠를수록 좋다. 우리(유럽인)가 그
리스, 스페인, 포르투갈을 위해 공동체의 구조틀을 즉각적으로 개편하면
서 그들을 맞이했듯이 지금 동유럽을 향해서도 갖은 열의를 가져야 한다.

물론 이들 나라들 때문에 구조 개편 비용을 톡톡히 치러야 했다.

그러나 공동체에 합류 이후 이들 나라의 민주주의가 안정되고 괄목
할 경제발전이 있었으며 그들 스스로 훌륭한 소비자가 되어주었다는 사실
을 왕왕 잊고 있다.

스페인이 활력을 되찾자 국경을 맞댄 프랑스의 남서부가 얼마나 윤
기있어졌는가.』 아탈리의 주장은 그와 똑같은 과정이 동유럽 국가들을
위해서도 되풀이 돼야 한다는 것.

『우리가 좀더 멀리 나아가기를 거부한다면,우리가 유럽의 어느 축
선을 따라 금긋기를 즐긴 나머지 대륙 전체로서 유럽을 인식하지 못한다
면 그 결과로 치러야 하는 손해는 엄청날 것이다. 왜냐하면 동유럽은
서 유럽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마스트리히트 조약은 대단히 불완전한 것이다. 그것은 당시 대
륙 전체로 급속한 확대를 꾀하기 위한 문호개방도 보장하지 못했고,통화,
정치,경제 통합의 일정도 명확히 규정하지 못한 상태로 출범했다. 결
정적인 실책은 유럽 건설의 장래가 고용문제의 극복에 있다는 것을 미리
알지 못했다는 점이다. 건설하려는 통합 유럽이 어떤 사회가 될 것인
지를 자문해보지도 않고, 우리는 화폐 통합을,경제 단일화로 향한 발걸음
을 내디뎌 버렸다.』.

『경제학의 정통 교의 분야에서 세계적 규모의 거대한 실험실을 만
들고 있다는 착각으로부터 우리는 빨리 벗어나야 한다. 이 실험실은
급속하게 실업자 양성소와 동의어가 돼가고 있다. 적어도 얼마전까지
이 실험실은 적정한 규모로 고용을 만들어내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우
리는 공동체가 충분한 고용 창출 능력을 가졌다는 사실조차 잊고 있다.유
럽은 이에 부족함이 없는 인적 자원과 광대한 시장을 갖고 있다. 그
시장은, 다른 경제 블록들이 그렇듯, 스스로를 보호하겠다는 의지가 있어
야 하며, 적어도 향후 20년동안 유효할 아젠다를 세워야만 가치가 있다.』.

오늘날 세계는 국제 자유 무역거래를 규정하고, 상호 투자를 원활
하게 하기 위한 다자간 협정들이 우후죽순처럼 진을 치고 있다. 아탈리
의 지적처럼, 『이 협정들이 채택된다고 만병통치약이 되는 것도 아니고,
채택 안된다고 파국이 오는 것도 아니다. 가트의 영향력은 세계성장의
1% 미만에도 미치지 못했다.』.

UR와 의 앞날은 지켜보아야 하겠지만, 중요한 것은
『모든 것이 상품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농촌의 삶과 문화적
자산을 지키기 위한 재정지원은 그러한 협정에서 제외돼야만 한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다음번 라운드에서 아마도 마약,이식용 장기,
혈액,무기 등의 거래 규범을 논의하게 될지도 모른다.』『세계 무역은 성장
하고 발전해야 한다. 그러나 그 규범은 윤리의 틀 안에서 제정돼야 한
다. 이것이 우리가 현재 치열하게 치르고 있는 교역 전쟁에서 읽어내야
만 하는 21세기의 진정한 숙제』라고 아탈리는 충고하고 있다.

유럽은 자유 교역의 모범지대로 진전을 거듭할 것이지만 아탈리는
『여기서 유럽은 대륙으로서 아이덴티티를 확보하고,다른 경제블록과 어깨
를 겨룰수 있는 제2,제3의 보호주의로 무장해나가야 한다』고 말하고 있
다. 『아니, 보호주의란 말인가. 그렇다. 그러나 보호주의는 상대적 개
념이다. 아시아에서 중국, 일본, 한국이 틀을 짠다면, 북미에서 미국,
캐나다, 멕시코가 팀을 형성한다면, 혹 그것이 보호주의일지라도 우리 역
시 진용을 갖추어야 하는 것 아닌가.』 파리=김광일기자